▲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월1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한국은행>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주식시장의 가파른 상승을 두고 거품이 지나치게 커진 상태인지 여부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은 시점이라고 봤다.
다만 이 총재는 대출을 받아 주식을 매입하는 투자자가 늘어난 점은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 섞인 시각을 보였다.
한국은행은 15일 온라인으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0.5%로 동결하기로 결정한 배경과 한국경제 중장기 전망을 설명하기 위해 열린 자리다.
이 총재는 "최근 한국경제가 코로나19 3차 확산과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상황으로 받는 경제적 충격은 이전 확산 시기보다 훨씬 크다"며 "다만 백신 접종시기가 앞당겨지는 등 영향으로 올해 경제성장 전망에는 큰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코스피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3천 포인트를 넘을 정도로 증시가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현재 증시가 지나친 거품 상태에 놓여 작은 충격에도 증시가 붕괴될 수 있다는 비관론이 점차 조개를 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 총재는 "지난해 11월부터 급격하게 증시가 상승한 배경은 미국 정권교체와 경기부양책 타결, 코로나19 백신 공급 가속화와 투자자 위험자산 선호 확대 등 복합적 원인이 있다"며 "여러 변수가 있어 증시가 거품 상태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 증시 상승세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불리는 저평가 국면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겪고 있다는 긍정적 시선도 나온다.
이 총재는 이런 관점을 두고 "경기회복이 실제로 기대만큼 진행되는지 봐야 현재 증시 상승세가 적정한 수준인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너무 빠른 상승세가 이어진다면 작은 충격에도 크게 흔들릴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예상치 못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발생하거나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시 가팔라지는 등 변화가 일어난다면 증시에 큰 충격으로 반영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총재는 금리 하락으로 대출이자 부담이 낮아지면서 가계대출이 급증하고 대출을 받아 주식투자를 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점도 앞으로 한국경제에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가계부채 증가 자체는 금리 하락으로 이자 부담이 크지 않고 연체율도 높지 않아 경제에 큰 악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주식시장으로 돈이 쏠리는 일은 대출 부실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증시가 흔들리면 투자자들이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의 손실을 보게 될 수 있다"며 "투자자 선택의 문제지만 늘 주의깊게 주시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 시기와 관련해 이 총재는 "현재 기준금리 인상을 고려할 시점이 아니고 언급하는 것 자체도 아직 이르다"며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즉답을 피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