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병세 유틸렉스 대표이사 회장이 10년 넘게 공들여 온 면역항암제 개발에서 마침내 성과를 보게 될까?
권 회장은 ‘많은 암환자에게 혜택을 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면역항암제 연구개발에 힘을 쏟아왔는데 올해 하나둘 수확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 권병세 유틸렉스 대표이사 회장.
13일 유틸렉스와 증권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유틸렉스가 개발하는 면역항암 치료제 3종이 연구개발에서 차례대로 진척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임상 단계에서 가장 앞서 있는 면역항암 치료제는 T세포 치료제 ‘앱비앤티’로 국내에서 현재 임상2상이 진행되고 있다.
상황의 시급성 등을 고려해볼 때 임상2상에서 성과를 낸다면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조건부 승인을 신청하는 것까지 바라볼 수도 있다.
국내에는 글로벌제약사 머크의 '키트루다', BMS의 '옵디보' 등 항암치료제가 들어와 있지만 가격 등 측면에서 암환자에게 여전히 진입장벽이 높다는 시선이 많다.
유틸렉스는 올해 1분기 안에 임상2상 환자모집에 들어갈 것으로 파악됐는데 임상1상 결과에 비춰볼 때 우수한 결과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제약바이오업계는 바라본다.
앱비앤티는 과거 혈액암 말기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1상 시험에서 2차례나 완전관해 사례가 관찰됐다. 완전관해는 암 치료 뒤 검사에서 암세포가 발견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유틸렉스의 면역항암 항체치료제 ‘EU101’는 늦어도 올해 1분기 안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1상을 승인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개 미국 식품의약국에 시험계획서를 제출하고 승인이 나기까지 한 달 정도의 기간이 걸린다. 유틸렉스는 지난해 12월18일 시험계획서를 접수했다.
유틸렉스는 키메라 항원수용체 치료제(CAR-T)도 개발하고 있는데 이를 두고서는 올해 3분기쯤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1상 승인을 신청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면역항암제는 환자의 면역체계를 활용해 암세포를 제거하는 방식의 치료제를 말한다. 치료 원리에 따라 크게 항체치료제, T세포치료제, 바이러스치료제, 백신 등으로 나뉜다.
권 회장은 특히 EU101에 높은 기대를 걸고 있다.
머크의 키트루다, BMS의 옵디보, 로슈의 티슈트린 등 기존 면역항암제와 동일하게 4-1BB 단백질을 타깃으로 하면서도 기전은 완전히 달라 병용투여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기존 명역항암제가 T세포의 면역반응을 억제하는 수용체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작용하는 반면 유틸렉스의 EU101은 T세포의 활성화를 자극하는 기전을 띤다.
게다가 4-1BB단백질을 처음 발견한 게 바로 권 회장이다. 권 회장은 1989년 T세포를 활성화하는 공동 자극 수용체 4-1BB 단백질을 세계에서 처음 찾아냈다.
권 회장은 10년이 넘도록 면역항암 치료제를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권 회장은 전문경영인인 최수영 대표이사를 영입한 뒤에도 매일 회사에 출근해 아이디어를 제공하거나 조언을 하는 등 연구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 회장은 세포면역학분야에서 세계적 권위자로 꼽힌다. 과거 ‘노벨상 수상 가능성이 높은 국가석학(star faculty) 11인’에 뽑힌 적도 있다.
그런데도 신약을 개발하겠다는 목표 하나로 기업가의 길에 들어섰다. 국립암센터에서 신치료 기술 개발사업단장 및 면역세포 치료연구과 석좌연구원을 지내며 치료제를 개발하다가 2015년 초 직접 유틸렉스를 세운 것도 더 빨리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서였다.
권 회장은 2018년 12월 한 언론매체와 인터뷰에서 “난소암 말기로 3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았던 지인이 내가 개발한 항체 물질로 15개월을 더 사는 모습을 봤다”며 “내가 발굴한 물질을 빨리 상용화해 많은 환자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 더 이로운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길을 바꾸게 됐다”고 말했다.
권 회장은 서울대에서 미생물학 석사학위를, 미국 조지아의대에서 면역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예일대학교에서 4년 동안 포스닥(박사과정 뒤 연구원)으로 지내면서 인간유전학을 연구했다.
미국 인디애나주립대 의과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했고 귀국한 뒤에는 울산대학교 화학생명과학부에서 학생들을 지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