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대표는 13일 국회에서 열린 아동학대 예방 및 대응 간담회를 마친 뒤 야권 단일화와 관련한 기자 질문에 “서울시장선거에서 승리해 정권 교체의 교두보를 마련해 달라는 게 야권 지지자들의 지상 명령인데 이런 요구를 무시하고 거부하면 지지자들이 등을 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인이나 특정 정당의 이해타산에 따라 단일 후보를 결정하면 안 된다는 원칙을 공유하면 좋겠다”며 “서로 상대방을 배려해야 최후에 단일 후보가 선출되더라도 모든 지지자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안 대표를 깎아내리며 '3자 구도 승리론'까지 언급한 데 따른 응수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1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야권 단일화 없이도 3자구도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 대표를 1995년 서울시장선거에 출마해 낙선한 박찬종 무소속 후보에 빗대며 결국 안 대표가 거대 양당 후보에 뒤처질 것이라고도 했다.
안 대표가 야권 단일화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지만 국민의힘 쪽의 입당 권유는 사실상 거부하고 있다. 후보 단일화는 안철수로 단일화를 전제를 한다는 태도나 마찬가지로 보인다.
애초 이번 주에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만나 야권 단일화 방안을 두고 대화하기로 했지만 안 대표 측에서 먼저 만남을 연기하자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후보 단일화 논의의 주도권이 안 대표 쪽에 있다는 방증이다.
안 대표는 서울시장후보 선거운동에 나서면서 대선후보에 가까운 행보를 하고 있다.
안 대표는 12일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을 찾아가 만났다. 그는 예방을 마친 후 기자들에게 "국민통합이 얼마나 필요한지, 우리 외교가 어떻게 가야 하는지 들었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1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지난해 북한 해역에서 북한군의 총격을 받아 사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유가족을 만나 위로했다는 사실을 전달하기도 했다.
11일 대구 팔공산 동화사에서 홍준표 무소속 의원을 만났고, 9일엔 김동길 연세대학교 명예교수를 찾기도 했다.
나경원 전 의원이 이날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하면서 코로나19 방역, 주택, 일자리 등 서울 시정에 대한 공약을 내놓은 것과 크게 대조적이다.
이런 안 대표의 행보를 놓고 서울시장 선거전을 계기로 높아진 지지도를 대선후보로 연결하겠다 의지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보수진영 대표주자로 확실히 자리매김을 하겠다는 것이다.
보수진영 대표주자가 된다면 당장 펼쳐질 후보 단일화 국면에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다. 또 후보 단일화가 실패해도 그 책임은 덜어질 수 있다. 보수진영에 다른 마땅한 후보가 없는 상황이 이어진다면 대선국면에서도 주도권을 발휘할 수 있다.
물론 서울시장선거에서 '3자구도 필패론'이 명확해진다면 안 대표는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다.
이는 나경원 전 의원 등 국민의힘 후보가 얼마나 지지세를 모을 것인가에 달려있다 할 것이다. 4월7일 선거까지는 아직 84일이 남았고 지지도는 요동칠 수도 있다.
12월지31일 나온 여론 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의 서울시장 적합도 조사를 보면 안 대표는 여권 유력주자인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양자대결에서 42.1%의 응답을 받으며 박 장관(36.8%)을 오차범위(±3.1%포인트) 안에서 앞섰다.
하지만 안 대표가 박 장관과 나경원 전 의원과 함께 경쟁하는 3자구도에서는 박 장관(35.5%)이 안 대표(26.0%)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때 나 전 의원의 지지율은 19.4%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