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오너 친인척에 일감을 주던 관행을 시정하는 과정에서 상생 이미지에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LG그룹 본사건물인 LG트윈타워 청소 용역업체가 새로 바뀌는 과정에서 기존 노동자들이 고용승계를 하지 못해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놓인 것이다.
이전까지 청소용역을 맡았던 업체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친족이 소유하고 있다.
LG그룹은 오너일간 친인척이 그룹 안팎의 크고작은 일감으로 얻는 이익에 앞으로 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겠다고 결심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노동자들이 해고당할 두려움에 떨게 된 상황은 LG그룹이 쌓아온 상생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 ‘옥의 티’로 보인다.
30일 LG그룹에 따르면 LG트윈타워 청소는 내년부터 새 용역업체 백상기업이 맡는다. 기존 업체인 지수아이앤씨는 물러난다.
용역업체가 바뀌는 점 자체는 큰 문제가 없다. 오히려 구 회장 등 오너일가의 사회적 평판을 더 좋게 할 수 있는 일이다.
구 회장의 고모인 구훤미씨, 구미정씨가 지수아이앤씨의 대주주로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2019년 지수아이앤씨에서 60억 원에 이르는 배당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수아이앤씨는 LG그룹에 속해 있지 않은 만큼 ‘일감 몰아주기’의 법적인 제재 대상은 아니다. 최근 개정된 공정거래법을 적용해도 지수아이앤씨는 포함되지 않는다.
그런 만큼 지수아이앤씨 대신에 직접적 관계가 없는 기업에 일감을 맡기기로 한 결정은 대기업 친인척이 특수관계를 이용해 이득을 본다는 도의적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안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아쉬움이 존재한다. LG트윈타워에서 일하던 노동자들 80여 명이 곧 쫓겨날 처지에 몰렸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지수아이앤씨 대신 들어오는 백상기업은 기존 청소노동자들의 고용을 승계하지 않고 새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
현재 청소노동자들은 지수아이앤씨로부터 31일 계약 만료를 통보받았다. 이에 맞서 고용승계를 보장받기 위해 16일부터 LG트윈타워 로비에서 농성에 들어갔다.
LG트윈타워 관리를 맡는 LG그룹 계열사 S&I코퍼레이션과 지수아이앤씨는 “백상기업에 고용승계 및 재채용 의사 여부를 타진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원청과 하청의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계약이 만료된 뒤 다시 고용될 수 있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적은 임금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하는 청소노동자들에 관해 LG그룹 차원의 섬세한 배려가 부족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하청업체가 직접 노동자 고용문제를 풀겠다고 나서기는 어렵다.
지수아이앤씨는 더 이상 LG트윈타워 청소를 위한 인력이 필요하지 않다. 백상기업은 이미 노동자들의 농성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원청인 LG그룹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LG그룹이 직접 청소노동자들의 고용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우원식 박영순 이동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0일 LG트윈타워를 방문해 "용역회사가 바뀌면 고용승계는 마땅히 되어야 한다"며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하는 대기업인 만큼 용역사 핑계를 대지 말고 총수일가가 나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LG그룹이 청소노동자의 고용까지 섬세하게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길 기대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