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친환경그룹으로 탈바꿈해 두산의 세 번째 변신에 성공할까?

두산그룹은 올해 채권단과 약속한 자구안에 담긴 3조 원 마련 완수를 눈앞에 두고 있는데 내년부터는 친환경분야의 차세대 성장동력인 가스터빈과 풍력터빈을 본격화하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오늘Who] 두산 '친환경' 세 번째 변신, 박정원 구조조정 뼈를 깎았다

박정원 두산 대표이사 및 두산그룹 회장.


다만 두 분야 모두 본궤도에 오르기까지 2년 넘는 시간이 필요한 만큼 박 회장은 먼저 수력발전, 수소연료전지 등 사업 수주부터 고삐를 죌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변화가  순조롭게 이뤄지면 두산은 소비재에서 중공업으로, 그리고 친환경으로 세 번째 변신에 성공하는 셈이다.

30일 신용평가사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두산그룹은 올해 구조조정을 모범적으로 진행했지만 '3조 원 자구안' 이행만으로 주요 계열사의 신용도를 우량등급인 A수준으로 높이기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최재호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위원은 두산의 신용등급을 BBB/안정적(Stable)로 평가하면서 등급 상향요인으로 두산중공업 등 계열사 신용도 개선에 따른 지원부담 완화와 순차입금 의존도 20% 이하 유지를 꼽았다.

두산은 순차입금 의존도가 지난해 30.2%에서 9월 기준 21.3%까지 크게 개선되고 있는 만큼 박정원 회장으로서는 핵심계열사 두산중공업의 실적을 본궤도에 올리는 일만 남은 셈이다.

두산중공업은 가스터빈과 풍력발전터빈, 수소연료전지, 소형모듈원전(SMR) 등을 중심으로 친환경 전문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가운데 가스터빈이 제3의 두산중공업 실적을 이끌 가장 기대되는 사업으로 꼽힌다. 가스터빈은 LNG(액화천연가스)발전과 열병합 발전, 복합화력 발전 등에 모두 사용될 수 있어 친환경 발전터빈으로 각광받는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4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1365GW(기가와트) 규모의 LNG발전 추가 설비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됐다. 

정부도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2034년까지 노후 석탄발전을 LNG발전으로 전환하며 LNG발전 설비용량을 올해 41.3GW에서 2034년 58.1GW로 확대하기로 했다.

두산중공업은 2019년 9월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의 독자개발에 성공해내며 한국을 세계 5번째 가스터빈 독자모델 보유국 반열에 올렸다.

내년 가스터빈을 김포 열병합발전소에 출하한 뒤 2022년부터 2년 동안 실증(시험 가동)을 진행한다. 실증에 성공해야 비로소 가스터빈은 두산중공업의 주요 먹거리가 될 길이 본격적으로 열린다고 볼 수 있다.

두산중공업은 이와 함께 2022년 상용화를 목표로 8MW급 풍력터빈을 개발하고 있다. 전라북도와 2.4GW 규모의 서남해 해상 풍력사업에서 협업해 풍력발전 실증 기반도 마련했다. 

다만 가스터빈과 풍력터빈이 주요 먹거리가 되기까지 최소 2년 넘는 실증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박정원 회장은 복합화력발전이나 수력발전 등의 친환경사업에서 먼저 성과를 낼 필요가 있다.

두산중공업은 최근 미국 괌 복합화력발전, 네팔 수력발전, 창원 수소액화플랜트 등을 꾸준히 수주하며 친환경에너지사업 육성에 힘쓰고 있다.

게다가 박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는 두산퓨얼셀 지분 17.77%를 두산중공업에 증여해 두산중공업이 두산퓨얼셀의 최대주주가 되도록 지배구조를 재편했다. 

박 회장은 수소연료전지 사업을 담당하는 두산퓨얼셀을 두산중공업 자회사로 둔 만큼 수소사업을 본격화할 기반도 마련했다. 

이를 통해 수소사업에서 시너지효과를 노리면서 사업 전망이 밝은 두산퓨얼셀을 통해 두산중공업의 재무구조 개선효과까지 기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두산퓨얼셀은 글로벌 최대의 수소시장인 대한민국에서 절대강자로 현재 흑자가 나고 있는 유일한 수소연료전지기업”이라며 “두산퓨얼셀은 국내시장 점유율 70%가 넘는데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바라봤다.

두산그룹이 친환경 에너지기업으로 3번째 탈바꿈을 바라보기까지는 올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해왔다.

두산그룹은 4월 두산중공업의 유동성 위기로 산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3조6천억 원의 긴급자금을 지원받았다. 이와 함께 박정원 회장은 보유자산과 계열사들을 매각해 3조 원을 마련하고 1조 원 이상의 차입금을 갚겠다는 자구안을 내놨다.

두산그룹은 구조조정의 모범생이라 불릴 만큼 두산중공업의 경영 정상화와 재무구조 개선에 온 힘을 다했다.

두산중공업은 자체적으로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클럽모우CC 매각과 유상증자에 성공해 2조 원가량을 마련했다.

지주사격인 두산은 두산타워, 네오플럭스, 두산솔루스, 모트롤BG사업 등을 매각했으며 매각을 통해 마련한 자금 가운데 4300억 원을 들고 두산중공업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책임경영을 실천했다.

박정원 회장은 3조 원 자구안 마련에서 두산인프라코어라는 마지막 퍼즐만을 남겨두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현대중공업지주-KDB인베스트먼트(KDBI) 컨소시엄과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을 마무리하기 위해 세부조건에 관한 막바지 협상을 하고 있다. 

두산그룹은 두산인프라코어가 안고 있는 중국 법인인 DICC의 소송 리스크만 잘 해결하면 구조조정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 

두산 관계자는 “채권단과 약속을 마무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성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