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양회 본입찰을 앞두고 ‘팔려는’ 매각협의회와 ‘팔지 못하게 하려는’ 태평양시멘트의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태평양시멘트는 쌍용양회 매각을 막기 위해 매각협의회가 보유한 지분 모두를 인수하기로 제안했지만 매각협의회는 아랑곳하지 않고 본입찰을 추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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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재민 쌍용양회 사장. |
18일 쌍용양회 매각협의회에 따르면 22일로 예정된 쌍용양회 본입찰을 그대로 실시한다. 매각협의회는 태평양시멘트의 본입찰 중단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매각협의회는 태평양시멘트의 제안이 뒤늦은 것이라고 본다. 매각협의회가 태평양시멘트 측에 우선매수권 행사 여부를 여러 차례 타진했는데 대답이 없다가 공개매각이 진행되니 태도를 바꿔 지분 인수 제안의 저의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태평양시멘트의 이번 제안은 공개매각을 막으려는 의도와 함께 경영권을 흔들어 쌍용양회 몸값을 낮추려는 배경이 깔려있는 것이라고 매각협의회는 바라본다.
일각에서 태평양시멘트가 본입찰에 참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매각협의회 관계자는 “태평양시멘트가 본입찰에 참가할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조건이 맞으면 참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태평양시멘트는 17일 매각협의회가 보유한 지분을 모두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다. 태평양시멘트 측은 구체적인 가격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시가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태평양시멘트는 지분 인수를 받아들이면 현재 진행하는 소송을 취하하겠다고 말했으나 그렇지 않을 경우 추가적인 법적 조치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매각협의회와 태평양시멘트는 태평양시멘트가 보유한 쌍용양회 지분 우선매수청구권 지위확인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매각협의회가 본입찰을 계속 진행하기로 했지만 태평양시멘트와 갈등 수위가 높아질수록 매각 성사 전망은 불투명해진다.
쌍용양회 본입찰은 예비입찰에 비해 인수전 열기가 가라앉는 기색이 역력하다. 경영권 분쟁에 시멘트담합 과징금 등 악재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예비입찰에 참여한 곳 가운데 글랜우드PE와 IMMPE 등은 인수전에서 발을 뺐고 유진그룹과 한일시멘트 등도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인수전의 최대 변수는 한앤컴퍼니다. 한앤컴퍼니는 한앤코시멘트홀딩스를 통해 쌍용양회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다. 한앤컴퍼니는 주주로서 회사 사정에 밝아 인수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앤컴퍼니는 올해 동양시멘트 인수전에 참가해 소수지분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에 오르는 등 시멘트사업 확대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 한앤컴퍼니가 태평양시멘트보다 좋은 조건으로 쌍용양회 본입찰에 참가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쌍용양회가 경영권 분쟁에 휩싸이고 있지만 시멘트업계 1위로서 기업가치는 여전히 높게 평가된다.
이선일 대신증권 연구원은 “쌍용양회의 생산능력은 업계 1위”라며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창출 능력도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국내 시멘트업계는 주택 분양경기 호황의 수혜를 누리고 있다. 시멘트 내수시장은 올해 3분기 누적기준으로 지난해 대비해 11.1% 증가했다. 내수시장이 두자릿수 성장을 기록한 것은 1994년 이후 20여 년만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