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코로나19 확산세 차단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정치현안에 목소리를 높여오던 평소와 사뭇 다르다. '방역 성공'에서 승부를 걸고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이재명 지사는 최근 들어 코로나19 확산세에 맞서 5인 이상 집합 금지 명령 검토, 확신자 수용시설 확보 등 방역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경기도가 18일 전했다.
경기도가 검토 중인 5인 이상의 집합금지 행정명령은 상징적 의미도 지닌다.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거리두기 3단계'는 10명 이상의 모임을 금지한다. 정부보다 한 발 앞서 더욱 강력한 방역조처를 준비하고 있는 셈이다.
이 지사는 1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부득이 5인 이상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도민 여러분에게 실내외 불문 5인 이상 사적모임 자제를 강력 권고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 지사는 코로나19 확산세에 따라 치료시설이 부족해지자 민간시설을 긴급동원하는 조처를 단행했다. 경기도 수원에 있는 경기대학교에 기숙사를 치료시설로 활용할 수 있도록 협조 요청을 했고 경기대도 14일 이를 받아들였다.
이 과정이 워낙 신속하게 이뤄져 기숙사에 머물던 학생들이 항의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재명 지사는 14일 경기대 기숙사를 직접 찾아가 항의하는 학생들과 머리를 맞댔다. 그는 학생들의 항의가 합당하다면서 그 자리에서 곧바로 학생들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재명 지사의 리더십 스타일이 드러나는 장면인데 이를 두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뚜렷하게 구별된다는 말도 나왔다.
이낙연 대표는 대형교회와 은행 등이 보유한 민간시설을 치료시설로 확보하는 과정에서 목사들이나 은행장들을 직접 만나 설득하고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반면
이재명 지사는 먼저 과감한 행정조치를 시행한 다음 부족한 부분은 현장을 찾아 해결하는 스타일이다.
이 지사는 경기도 내 거리두기 단계를 3단계로 격상하는 조치를 먼저 검토하던 중 중앙정부로부터 경기도 단독 격상은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기도 했다.
이재명 지사의 이런 행보를 두고 코로나19 사태가 위중한 까닭도 있지만 방역의 성과가 다른 대통령선거 경쟁자들과 차별화할 정치적 기회가 될 것이라 판단했다는 시선도 있다.
보통 지방자치단체장은 중앙정치 무대에 큰 일이 벌어지면 여론에서 찬밥 신세가 된다. 곧장 대중의 관심권에서 멀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로나19 같은 비상상황에서 지자체장들은 행정능력을 과시할 수 있다.
실제
이재명 지사는 올해 초까지 이낙연 대표와 비교해 지지율이 뒤처졌지만 경기도의 방역정책을 진두지휘하며 지지율이 급상승하기도 했다.
이재명 당분간 지사는 방역에 집중하면서 다른 정치사안과 거리를 둘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 코로나19가 진정 국면에 접어든 때만 해도 이 지사는 중앙정치의 현안을 놓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곤 했다.
기본소득 등 각종 정책의제들을 먼저 꺼내며 여야 정치권의 논의를 이끌어냈다. 여야 국회의원 전원 또는 여댱 국회의원 전원에게 편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3차 유행 이후 중앙정치 현안에는 말을 아끼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이 정점을 향해 치달을 때도 이 지사는 이와 관련해 공개적 발언을 거의 하지 않았다.
4일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국민의힘은 왜 공수처를 두려워하십니까’란 제목의 글을 올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필요성을 주장한 게 거의 전부다.
사실 검찰개혁 사안은 공수처법 개정 등 국회 중심으로 벌어지는 일이라 이 지사는 조연이 되기 쉽다. 반면 이낙연 대표는 공수처법 개정안 처리 등 국회에서 제도적 개혁을 이끌고 있다.
최근
이재명 지사의 지지율이 올라가고 있는데 그의 방역행보가 도움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4~16일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서 대선주자 적합도를 묻는 질문에 이 지사는 21%의 지지를 받았다. 이낙연 대표(18%)와는 오차범위 안에서 접전 양상이지만 윤석열 검찰총장(15%) 보다는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고 있다.
이 여론조사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전국의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천3명을 접촉해 이뤄졌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