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이 관행을 깨고 신한은행과 신한카드, 신한생명 등 계열사 사장단을 2년씩 연임하도록 하는 인사를 실시했다.
조 회장이 임기를 마칠 때까지 주요 경영진이 함께 자리를 지키도록 해 강력한 신뢰를 보여주는 동시에 안정적 조직운영에 도움을 받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신한금융 사장단은 2년 뒤까지 임기를 보장받게 된 만큼 계열사들 사이 협업을 더 활발하게 진행하고 단기적 성과보다 중장기 경영 전략을 구상하는 데 더 집중하게 될 공산이 크다.
18일 신한금융에 따르면 내년에 그룹 계열사 기초체력 강화를 통한 지속가능 성장기반 확보와 미래를 위한 혁신 생태계 구축 등 목표가 중점적으로 추진된다.
신한금융지주 자회사 경영위원회에서 연임이 결정된
진옥동 신한은행장과
임영진 신한카드 대표이사 사장,
성대규 신한생명 대표이사 사장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공산이 크다.
조 회장과 이사회는 금융회사 대표가 2년 임기를 마친 뒤 1년 단위로 연임하는 인사 관행을 깨고 2년 이상 임기를 보낸 진 행장과 임 사장, 성 사장을 모두 추가로 2년씩 연임하도록 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사장단 임기를 1년씩 연장하면 상대적으로 단기 성과에 치중하는 측면이 있다"며 "CEO가 리더십을 발휘할 충분한 시간을 주고 책임경영을 강화하려는 목적"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의 신한금융지주 회장 임기는 2023년 3월, 3명의 사장단 임기는 2022년 말까지인 만큼 조 회장이 남은 임기 동안 사실상 이들 경영진과 '한 배'를 탄 셈이다.
신한금융지주 자회사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3곳의 대표이사가 모두 2년 임기를 보장받은 것은 결국 그룹 차원의 사업 전략과 연관이 깊을 수밖에 없다.
조 회장이 내년부터 계열사들 사이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내는 '하나의 신한' 전략을 더욱 강화하고 사업체질 변화에도 속도를 내기 위해 경영진을 재신임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한은행과 신한카드, 신한생명 등 계열사는 현재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등 사업화 가능성이 있는 디지털 신기술을 중심으로 연구개발과 새 사업모델 발굴 등에 협력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단기간에 협업 성과물을 내기 어려운 분야인데 중간에 일부 계열사 경영진이 교체된다면 사업 방향성 등이 바뀌면서 협력관계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진 행장과 임 사장, 성 사장은 지난 임기까지 합쳐 최소한 4년 동안 손발을 맞추게 된 만큼 기존에 진행 중이던 협력사업에 더 적극적으로 힘을 실을 수 있게 됐다.
진 행장은 인공지능, 임 사장은 빅데이터, 성 사장은 헬스케어 디지털 후견인을 맡아 그룹 차원에서 각 기술분야에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신한은행 베트남 법인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해외 협력사업도 더욱 활발해질 공산이 크다.
신한금융은 이번에 연임한 사장단이 그동안 코로나19 사태 등 어려운 경영환경에도 안정적으로 실적을 방어하고 시장 경쟁력을 유지하는 등 리스크 관리에 힘썼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조 회장이 단순히 안정적 경영체제를 구축하는 데 그치지 않고 대대적 사업체질 개선 노력에 힘을 싣기 위해 주요 경영진을 유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조 회장은 이자수익과 금융상품 판매수익 등에 신한금융 계열사 실적 의존을 줄이고 빅데이터 판매 등 신사업과 핀테크서비스, 대체투자 등으로 수익원을 다변화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 (왼쪽부터)진옥동 신한은행장, 임영진 신한카드 대표이사 사장, 성대규 신한생명 대표이사 사장. |
다만 사업구조 전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실적 부진 등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계열사 경영진이 쉽사리 변화를 추진하기 쉽지 않았다.
내년부터는 주요 계열사 사장단이 임기를 보장받게 된 만큼 이런 부담을 줄이고 적극적으로 조 회장 주문에 맞춰 사업체질 개선에 힘을 싣게 될 공산이 크다.
조 회장은 계열사 경영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신한금융지주에 새 조직인 경영관리부문도 신설했다.
재무와 준법지원, 소비자보호 등 업무를 그룹 차원에서 책임지고 각 계열사 경영진은 사업적 측면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해 적극적으로 힘을 실어준 셈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2년 연임이 결정된 CEO들은 더 멀리 내다보는 안목으로 새 사업기회를 발굴하고 혁신을 이끄는 데 힘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