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KB금융지주는 계열사 대표이사후보 추천위원회를 열고 KB증권, KB손해보험 등 10개 계열사 대표이사후보를 선정했다.
양 사장은 KB손해보험 대표이사에서 KB금융지주 부회장으로 내정됐다. 부회장 임기는 1년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사장의 후임으로는 김기환 KB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가 선정됐다.
2008년 지주사체제가 된 KB금융지주에서 부회장이 부활된 것은 강정원 전 KB국민은행장이 물러난 뒤 10년 만이다.
3년 전까지만 해도 김옥찬 전 사장이 있었으나 회장과 은행장을 분리하면서 사장 자리도 없어졌다.
이번에 양 사장이 지주 부회장에 오르게 되면서 '포스트 윤종규' 구도에도 변화가 생겼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동안 양 사장을 비롯해 허인 KB국민은행장, 이동철 KB국민카드 대표이사 사장, 박정림 KB증권 각자대표이사 사장 등이 유력한 다음 회장후보로 거명돼왔다.
양 사장이 그룹의 2인자라는 인상을 주는 부회장을 맡게 되면서 다음 회장 경쟁구도에서 유리한 위치에 올랐다는 시선이 나온다.
양 사장은 KB금융그룹 회장 후계구도를 얘기할 때 항상 1순위로 거명돼왔다. 2017년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연임할 당시 윤 회장과 함께 회장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윤 회장의 재연임 과정에서는 숏리스트 명단에 이름이 오르지 않으면서 양 사장이 후계구도에서 밀린 것 아니냐는 시선을 받았다.
KB금융그룹은 이번 인사에서 은행장과 서열문제, 업무 분담문제 등으로 지주 안에 사장이나 부회장을 신설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윤종규 회장이 예상을 깨고 양 사장을 부회장에 임명하면서 후계구도 경쟁에서 힘을 실어줬다는 해석도 나온다.
양 사장은 윤 회장의 두터운 신임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윤 회장이 KB국민은행 부행장을 지낼 때 함께 일했고 윤 회장이 KB금융지주에서 부사장을 지낼 때는 전략기획부장으로 근무했다.
양 사장은 KB손해보험 사장 자리를 세 차례나 연임하는 데 성공했다. 계열사 대표 사장들이 한 번 정도 연임하는 것에 비춰볼 때 윤 회장의 신뢰가 그만큼 두텁다는 뜻이다.
반면 양 사장이 이번 인사로 '포스트 윤종규' 경쟁에서 한발 물러나게 됐다는 시각도 자리잡고 있다.
양 사장이 은행장을 거치지 않고 부회장에 임명되면서 '포스트 윤종규'가 아니라 윤종규 회장체제와 진퇴를 같이해야 하는 '위드(with) 윤종규'가 됐다는 것이다.
은행 중심의 금융지주인 만큼 은행장 경력이 없이 회장에 오르기는 사실상 힘들다.
이동철 사장, 박정림 사장은 향후 인사에서 은행장으로 옮겨갈 여지가 있다. 박 사장은 KB국민은행 부행장을 지내기도 했다.
양 사장은 그룹의 2인자 자리인 부회장 자리를 맡게된 만큼 향후 은행장을 거칠 가능성은 이제 희박해졌다.
KB금융그룹은 현재 푸르덴셜생명과 KB생명의 화학적 통합, 보험계열사의 시너지 창출 등 보험 부문에서 굵직한 과제들을 앞두고 있다.
양 사장이 은행장을 거치지 않았지만 이런 과제들에서 어떤 성과를 보이냐에 따라 회장후보의 자격을 스스로 입증해낼 가능성도 점쳐진다.
앞서 양 사장은 KB손해보험 출범 6개월 뒤인 2015년 말 KB손해보험의 새 대표이사로 내정돼 금융지주와 전혀 다른 'DNA'를 지닌 LIG손해보험과 KB금융지주의 화학적 결합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KB손해보험은 윤종규 회장의 첫 인수합병 작품이다.
인수 이후 KB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 출신들이 KB손해보험으로 이동하면서 내부 진통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지는데 이 과정에서 양 사장의 리더십도 큰 역할을 했다.
양 사장은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2018년 12월부터 2년 동안 KB금융지주 보험부문장을 맡기도 했다.
양 사장은 1961년 전주 출생으로 서울대 국사학과를 졸업한 뒤 서강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수학했다.
KB국민은행 서초역지점장을 맡다가 KB금융지주로 자리를 옮겨 이사회 사무국장, 전략기획부 부장, 전략기획담당 상무를 거쳐 부사장을 지냈다. KB금융지주 전략기획 담당 상무 시절 LIG손해보험 인수 성공을 이끌어 전무를 건너뛰고 부사장으로 고속승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공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