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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Who] KT 플랫폼기업 변신 루비콘강 건너, 구현모 돌아갈 길 막다

윤휘종 기자 yhj@businesspost.co.kr 2020-12-15 1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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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기업.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이 틈 날 때마다 꺼내는 말이다. 

구 사장은 12월11일 발표된 KT 인사에서 플랫폼부문 실무진을 대거 중용했다. 구 사장은 11월13일 열렸던 성과 공유회에서도, 정기선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부사장을 만난 자리에서도, 허연수 GS리테일 대표이사 부회장을 만났을 때도 KT는 플랫폼기업이라고 강조했다.

구 사장이 말하는 플랫폼기업으로서 KT는 어떤 모습일까?

구 사장은 11월13일 열린 성과 공유회에서 “플랫폼사업자로서 KT는 고객의 삶의 변화와 다른 산업의 혁신을 이끌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여기서 고객 삶의 변화는 B2C(기업 대 소비자) 사업에서, 다른 산업의 혁신은 B2B(기업 대 기업) 사업에서 각각 KT의 목표라고 볼 수 있다.

◆ 5G통신의 ‘부스터’가 될 수 있는 미디어 플랫폼, 구현모 ‘KT 생태계’를 만들어낼까?

구현모 사장은 B2C분야에서는 미디어 플랫폼과 금융 플랫폼, 두 가지 분야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 플랫폼은 5G통신의 ‘킬러콘텐츠’를 공급할 수 있는 통로 역할을 하는 플랫폼이다. 

KT를 비롯한 통신사들은 LTE통신시대에 콘텐츠를 주도하지 못해 LTE통신의 과실을 유튜브, 페이스북 등 미디어 플랫폼기업들에게 내주었던 쓰디쓴 기억을 지니고 있다. 통신사들이 5G통신시대에는 미디어 플랫폼으로 변신해 콘텐츠사업을 주도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는 이유다. 

미디어가 고객들의 일상과 가장 밀접한 분야라는 것을 살피면 ‘고객 삶의 변화’를 이끌어 나가겠다는 구 사장의 목표에도 미디어 플랫폼 사업이 매우 중요하다. 

구 사장의 미디어플랫폼 전략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규모’와 ‘매력’이다. 

구 사장은 KT스카이라이프의 현대HCN 인수와 관련해 "미디어사업에선 1등이 중요하다. 1등을 하면 수월하고 2등을 하면 아무리 열심히 해도 힘들다“고 이야기했다. 규모 면에서 1등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뜻이다. 

현대HCN을 인수한 KT의 유료방송시장 점유율을 올해 상반기 각 회사들의 점유율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35.26%다. 여기에 딜라이브를 더하면 KT의 점유율은 41.5%까지 높아진다. KT는 최근 딜라이브 매각 예비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했다.

플랫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플랫폼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수다. 카카오가 새로 내놓는 서비스마다 성공하는 원동력이 바로 ‘카카오톡’ 메신저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수다. KT가 이미 유료방송시장에서 1위를 하고 있는데도 점유율을 계속해서 키우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또한 미디어플랫폼의 규모를 키우는 것은 콘텐츠 제공업체(CP)과 협상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KT의 플랫폼에 콘텐츠를 공급하지 못하면 콘텐츠 제공업체에도 타격이 된다. 

협상력은 KT의 콘텐츠 경쟁력과 연결되고, 콘텐츠 경쟁력은 KT 미디어 플랫폼의 매력과 연결된다. 미디어 플랫폼의 매력은 결국 미디어 플랫폼이 보유한 콘텐츠의 품질에서 나오기 떄문이다. 

구 사장은 10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대HCN을 인수했으니 내년부터는 콘텐츠에 본격적으로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KT가 디스커버리채널 등과 제휴를 통해 콘텐츠 직접 제작하는 데 뛰어는 것 역시 결국 ‘미디어 플랫폼’의 강화를 위한 작업이라고 볼 수 있다.

◆ 구현모의 금융 플랫폼, 고객을 KT의 ‘생활금융’으로 끌어들이다

구현모 사장의 금융 플랫폼 전략의 핵심은 바로 ‘빅데이터’다.

KT는 올해 드디어 숙원이었던 케이뱅크 정상화의 첫 발을 내딛었다. 구 사장이 KT 금융사업의 새 판, ‘금융 플랫폼’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셈이다.

구 사장은 KT의 무선통신사업, BC카드의 카드사업, 케이뱅크의 인터넷 금융사업 등을 묶어 ‘생활밀착형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KT 금융사업의 새 판을 짜려 하고 있다. 그리고 이 전략의 핵심은 바로 KT가 보유한 빅데이터다.

KT는 1800만 명이 넘는 무선통신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인터넷TV 가입자도 800만 명이 넘고, BC카드의 사용자도 있다. 이 회원들의 금융활동은 그대로 KT 금융플랫폼이 활용할 수 있는 ‘빅데이터’가 된다. 

모두 합쳐 2천만 명이 넘는 가입자를 보유한 KT라면 고객의 생활에 완전히 맞닿아 있는 생활밀착형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 구 사장의 생각이다. 

실제로 BC카드를 맡고 있는 이동면 사장은 KT에서 대표적 빅데이터 전문가로 손꼽힌다.

케이뱅크의 사업 전략을 보더라도 ‘빅데이터’의 중요성은 한 눈에 들어온다. 케이뱅크는 중금리대출을 주력 금융모델로 삼고 있는데, 이 중금리 대출의 본질은 바로 신용평가 모형이다. 이 모형을 만들 수 있는 힘 역시 고객들의 금융활동 빅데이터에서 나온다.

◆ 구현모 “우리의 B2B 플랫폼은 다른 산업의 혁신을 이끄는 플랫폼이다”

구현모 사장이 B2B 플랫폼서비스의 키워드로 보고 있는 것은 ‘디지털 플랫폼’이다. 

구 사장은 디지털 플랫폼과 관련해 직원들에게 "디지털 플랫폼기업으로 변화하는 이 시점에 우리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다른 산업의 혁신을 이끄는 '당당하고 단단한 KT'를 만들어 가자“고 말했다. 

KT가 기업에 판매하려고 하는 상품은 바로 다른 기업의 혁신, 디지털 전환(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도와줄 수 있는 플랫폼이라는 뜻이다. 

가장 대표적 예로 KT와 현대중공업이 진행하고 있는 스마트팩토리 사업을 들 수 있다.

스마트팩토리사업은 공장의 모든 부분이 유기적으로 연계된 자동화시스템을 만드는 사업이다. 

스마트팩토리가 원활하게 돌아가기 위해서는 초저지연과 초고속을 특징으로 하는 5G통신망 외에도 공장 내부를 돌아다니는 로봇에 활용되는 자율주행 기술, 공장 내부의 상황을 점검하고 분석해 해결책을 내놓는 인공지능 등이 필요하다. 구 사장은 이런 모든 기술의 솔루션을 ‘디지털 플랫폼’이라는 이름으로 묶어 기업에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예시를 스마트팩토리로 들었지만 구 사장이 말하는 디지털 플랫폼은 다른 종류의 기업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유통기업에는 거대한 유통망을 디지털로 전환할 수 있는 디지털 유통 플랫폼을 제공할 수 있다.

◆ 미디어, 금융, B2B, 그 모든 플랫폼의 가장 중요한 조각, 인공지능

구현모 사장의 플랫폼기업 전략에서 '인공지능'은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KT가 서비스하는 플랫폼의 실질적 성능을 결정할 수 있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구 사장은 올해 10월 열린 KT 디지털 서밋에서 KT 플랫폼 서비스의 기반으로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를 꼽았다. 빅데이터 역시 인공지능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술이라는 걸 살피면 구 사장이 플랫폼사업에서 얼마나 인공지능을 중시하는지 알 수 있다. 

구 사장은 실제로 경영의 방점을 인공지능에 찍는 행보를 보이고 있기도 하다. 구 사장은 사장에 오른 뒤 가장 처음 진행한 조직개편에서 AI/DX융합사업부문을 신설하고 부문장에 KT 최고의 인공지능 기술 전문가인 전홍범 부사장을 앉혔다. 또한 최근 진행된 KT 임원인사에서는 AI/DX융합사업부문 부문장으로 송재호 전무를 선임하고 인공지능컨택센터(AICC)사업 담당을 신설했다.

‘인공지능 원팀’ 역시 구 사장의 인공지능 사랑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인공지능 원팀은 구 사장의 주도로 결성된 인공지능 연구를 위한 산학연 협의체다. 여기에는 통신사 라이벌인 LG유플러스를 포함해 현대중공업지주, LG전자, 동원그룹, 한국투자증권, 카이스트, 한양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이 참여하고 있다.

심지어 여기에 네이버가 참여할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구 사장은 인공지능 원팀이 KT의 플랫폼 사업, 특히 기업의 디지털 혁신을 돕는 B2B 디지털 플랫폼사업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T 관계자는 “인공지능 원팀에 다양한 산업군이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특정 산업군에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하는 데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도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 구현모의 ‘플랫폼’은 어디서 왔나, 이석채의 ‘탈통신’과 황창규의 ‘플랫폼’

KT의 역사 속에서 ‘탈통신’을 제일 먼저 주창했던 CEO는 바로 이석채 전 KT 회장이다.

이석채 전 회장은 당시 ‘탈통신’이라는 말 자체를 가장 처음 만들어냈던 이상철 전 LG텔레콤(현재 LG유플러스) 부회장과 함께 통신업체가 더 이상 통신사업에만 머물러서는 안된다는 경영철학을 펼쳤다.

이 전 회장이 강조했던 탈통신은 ‘통신에 기초한 탈통신’이었다. KT의 기반은 통신사업이기 때문에 통신을 기반으로 하는 신사업을 통해 탈통신을 이뤄내야 한다는게 이 전 회장의 주장이었다.

이 전 회장은 2010년 1월19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통신회사가 통신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전 회장의 탈통신은 일각에서 ‘문어발 확장’이라는 비판을 들었고 통신을 결과적으로 등한시한 꼴이 되면서 결국 KT에 부담을 안겼다.

이 전 회장에 이어 KT의 수장 자리에 오른 황창규 KT 전 회장은 KT의 경영 정상화에 집중했다. 덕분에 KT의 계열사는 2013년 58개에서 2015년 36개로 크게 줄어들었다.

황 전 회장은 KT의 경영 정상화를 진행하는 한편 5G와 플랫폼, B2B라는 키워드를 꺼내들었다. 이 세 키워드는 현재 구현모 사장의 키워드이기도 하다.

황 전 회장이 가장 강조했던 이야기는 “5G는 네트워크가 아니라 플랫폼이다”는 말이다. KT가 5G통신시대에는 단순한 네트워크 사업자가 아니라, 5G를 활용하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플랫폼사업자로 거듭나야 한다는 전략을 제시한 셈이다.

심지어 황 전 회장은 2019 MWC(모바일월드콩그레스)에선 “KT가 구글이나 아마존과 한판 붙을 수 있는 것이 바로 플랫폼이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구 사장의 플랫폼기업 구상은 이런 황 전 회장의 전략을 더욱 구체화하고 발전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 구 사장의 플랫폼은 한발 더 나아가 ‘우리는 통신기업이 아니다, 플랫폼기업이다’고 말할 정도로 ‘통신’보다는 ‘플랫폼’에 더 방점이 찍고 있다.

KT의 플랫폼기업으로 변신은 이제 시작 단계에 와 있는 셈이다. B2B 플랫폼 모델이 구체화되고는 있지만 뚜렷한 형체가 보이거나 실제로 실적으로 이어지기에는 조금 이른 상황이고 미디어 플랫폼에서는 아직 딜라이브의 인수조차 완전히 결정났다고 보기 어렵다. 

KT는 유료방송시장에서는 1위를 굳히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과 달리 여전히 온라인 동영상플랫폼(OTT) 분야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구 사장은 플랫폼기업으로 향하는 루비콘 강을 건너고 있다. 그 결과가 이 전 회장의 ‘탈통신’처럼 KT를 위태롭게 하는 길이 될지, KT를 번영으로 이끄는 길이 될지는 구 사장에게 오롯히 달려 있다. [채널Who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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