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데 체력을 조금이라도 비축할 수 있는 기회를 잡고 있다.
글로벌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미주 노선의 항공화물 물동량과 운임이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겸 한진그룹 회장. |
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당분간 항공운임이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돼 항공화물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대한항공에게 유리하다.
항공화물운임지수를 제공하는 회사인 TAC인덱스에 따르면 11월2일 홍콩~북미 노선 항공화물운임은 1kg당 7.07달러로 집계됐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항공편이 대량으로 취소돼 화물운임이 급등했던 5월 항공화물운임(1kg당 7.73달러)에 가까운 수준을 보이고 있다.
당초 증권업계에서는 항공화물 특수가 길게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글로벌 항공사들이 운항을 멈춘 여객기 화물칸을 이용한 밸리카고(Belly Cargo) 영업에 적극적으로 나서 운임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해운업계에서 컨테이너선박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그 영향이 항공업계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해운선사들은 코로나19로 물동량 감소가 예상되자 수익성 방어를 위해 선복량을 축소하고 신조선박 발주를 줄였는데 글로벌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누적된 화물운송 물량이 선박공급량을 넘어서게 됐다.
특히 아시아~미주 노선에서 해상운송 선박 공급이 크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아시아와 미국 서안을 잇는 해상운송운임은 선박 부족 심화에 따라 12월4일 기준으로 FEU(12m 컨테이너 1개)당 3947달러를 보이고 있다. 2019년 같은 기간보다 161.5%가 올랐다.
이처럼 선박 부족으로 정시에 화물을 운송하는 것이 어려워지자 해상운송화물을 항공운송으로 전환하는 화주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의 미주 화물노선은 2020년 10월까지 누적기준으로 전체 화물사업 매출의 44% 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돼 선박 부족의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3분기 실적 발표에서 해상운송 수요가 항공운송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예상이 맞아 떨어지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코로나19 백신이 보급되면서 내년 항공화물 수요가 늘면 화물운임의 상승세는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김유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2021년 항공화물시장에 유입될 것으로 추정되는 백신 수송물량은 80억 도즈(1회 접종분)로 B777기종으로 운송하면 8천 대가 필요하다”며 “이는 전체 항공화물 수요의 3~6% 수준으로 화물 호조를 이끌 수 있는 규모다”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시장 수요와 공급 변화에 대응해 화물 수송량과 항공기 기재 가동률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현재 항공화물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데다가 내년에 백신 수송까지 겹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화물수송 역량을 높이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