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카드가 금융감독원의 삼성생명 중징계 결정으로 금융위원회에서 마이데이터 신사업 진출을 인가받기 어려워졌다.
하지만 마이데이터 관련된 서비스가 이른 시일에 활성화될 가능성이 낮아 삼성카드가 후발주자로 시장에 진입해도 충분히 경쟁사에 승산을 확보할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4일 "마이데이터사업 라이선스 취득에 심사 예외조항이 적용될 수 있는지 검토하며 해결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는 3일 암보험 약관에서 제시한 입원비 지급을 거절한 사례와 계열사인 삼성SDS를 부당하게 지원한 행위 등을 이유로 삼성생명에 중징계인 기관경고를 결정했다.
금융위에서 금감원 제재심의위 결과를 확정하면 규정에 따라 삼성생명을 대주주로 둔 삼성카드도 앞으로 1년 동안 금융당국 인가를 받아야 하는 신사업에 진출할 수 없게 된다.
삼성카드는 내년 초로 예정된 금융위 마이데이터사업 인가를 받기 위해 신청서를 낸 상태인데 삼성생명의 제재로 심사가 중단되며 큰 암초를 만나게 됐다.
금융위가 금감원 제재심의위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중징계 결정은 무효화된다.
삼성카드에 따르면 금융위에서 삼성카드 마이데이터사업 인가를 두고 삼성생명 제재심의위와 연관성이 크지 않거나 위반 정도가 경미하다고 판단해 예외조항을 적용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삼성카드 마이데이터사업 진출 여부가 결국 금융위 판단에 달려있는 셈이다.
삼성생명 중징계가 금융위에서 확정되고 예외조항도 적용되지 않는다면 삼성카드는 적어도 내년까지 마이데이터사업 인가를 받을 수 없게 된다.
삼성카드가 카드업황 부진에 대응해 마이데이터 신사업으로 새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던 상황에서 자칫하면 경쟁 카드사들보다 한 발 늦게 시장에 뛰어들게 될 수도 있다.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 현대카드 등 경쟁사는 이르면 내년 초부터 금융위에서 인가를 받아 마이데이터를 활용한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마이데이터는 기업이 소비자 동의를 받아 여러 금융회사 및 비금융회사에 흩어져 있는 개인정보를 수집한 뒤 분석하고 개인 맞춤형 서비스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카드사는 사용자 소비생활과 직결되는 결제데이터를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마이데이터 시행 뒤 다른 데이터를 결합해 가장 다양한 서비스를 출시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마이데이터 관련된 시장이 1년 안에 본격적으로 개화하기는 어려운 만큼 삼성카드의 진출이 다소 늦어져도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현재 마이데이터사업 진출을 준비 중인 대부분의 카드사들이 이를 어떻게 사업화하고 서비스에 활용해야 할 지 뚜렷한 방향성을 설정하지 못 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개인정보를 카드사에 제공해야만 마이데이터 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는 만큼 확실하게 내세울 만한 서비스가 없다면 정보 제공 동의를 받는 일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마이데이터사업 인가 뒤 어떻게 수익모델을 확보할 지 구체적 방향성은 결정되지 않았다"며 "당분간 모바일앱 경쟁력을 강화하는 등 목적으로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삼성카드가 마이데이터 인가를 받지 못하는 1년 동안 사업화전략을 수립하고 데이터 분석 기술력도 강화한다면 경쟁사보다 늦게 시장에 진출해도 크게 뒤처지지 않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삼성카드가 경쟁사보다 평균적으로 많은 데이터와 사용자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도 마이데이터사업 후발주자로 승산을 노릴 수 있는 이유로 꼽힌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카드는 국내 2위권 카드업체로 마이데이터 등 정부 빅데이터 활성화정책에 큰 수혜가 기대된다"며 "데이터서비스 관련된 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