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다음 대통령선거를 준비하고 있지만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해야 한다는 요구도 받고 있다.
29일 정치권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오 전 시장은 내년 열리는 재보궐선거를 대선주자로서 인지도와 지지도를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
▲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내년 재보선은 본격적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기 직전에 치러지는 가장 큰 정치 이벤트인 만큼 대선후보들에게는 이름값을 높일 절호의 기회다.
특히 내년 재보선의 서울시장선거에서 오 전 시장이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오 전 시장이 서울시장선거를 치러내 당선된 경험이 있는 만큼 야권 인물 가운데 누구보다도 서울시장 선거전략을 짜는 데 적합한 인물로 꼽히기 때문이다.
물론 오 전 시장은 내년 재보선에서 다음 대선주자로서 지원하는 역할을 하기 바라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미 여러 차례 대선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최근 ‘더 좋은 세상으로(마포포럼)’ 강연에서도 오 전 시장은 “더불어민주당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대선후보가 오세훈”이라며 도전 의지를 보였다.
그는 “내가 수도권 선거의 필승 후보”라며 “수도권에서 이기면 대선은 필승”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야권에서는 오 전 시장이 내년 서울시장선거에서 직접 선수로 뛰어주길 바라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최근 서울의 선거 전적을 보면 내내 보수야권이 크게 열세를 보여 왔다. 비록 정부 부동산정책에 따른 서울시민들의 불만이 커져 서울민심이 다소 돌아섰다고 하더라도 야권으로서는 장담할 수 없다.
게다가 여권의 서울시장후보로 거명되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우상호 의원, 박주민 의원 등은 모두 인지도가 높은 인물들이다. 이들의 경쟁력은 현재 야권에서 서울시장 출마 의사를 보인 후보들과 견줬을 때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
국민의힘 안에서도 서울시장 선거에서 버거운 승부가 예상되는 만큼 오 전 시장 같은 대선주자급 정치인이 나서줘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여론 조사기관 윈지코리아컨설팅이 1~2일 아시아경제의 의뢰를 받아 시행한 서울시장 범야권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오 전 시장은 17.6%의 응답을 받았다. 15.9%의 응답을 받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함께 가장 높은 적합도를 보였다.
이 조사의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오 전 시장 스스로도 서울시장에 직접 출마할 가능성을 아직 열어 둔 것으로 보인다.
오 전 시장은 15일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에 출연해 “가급적 나 외에 다른 좋은 서울시장 대안이 당에서 나서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사회자가 “가급적이란 표현 속에는 완전히 문을 닫지는 않았다는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말하자 오 전 시장은 “당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 여러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당 안팎을 막론하고 좋은 주자를 만들어내자는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과 관련해 즉답은 피했지만 당의 형편에 따라 대선 대신 서울시장 도전으로 우회할 수 있다는 유동적 태도를 보인 셈이다.
오 전 시장이 서울시장 출마를 고려한다면 안철수 대표의 움직임도 판단의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안에서 안 대표가 중도 확장성이 있다는 이유로 서울시장후보로 내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결국 국민의당과 야권통합을 이뤄야할 필요성까지 고려하면 안 대표가 서울시장에 나서는 게 야권에 긍정적 측면이 많다는 시선도 나온다.
이상돈 전 민생당 의원은 26일 YTN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에서 사회자가 ‘야권 서울시장후보로 안철수, 유승민, 오세훈 이야기가 나오지만 이들은 다 대선으로 간다고 한다’고 하자 “과연 믿을 수 있겠는가”라며 “서울시장선거가 해볼만하다고 느끼면 그 중 누군가는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