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에프앤아이가 부실채권시장에서 점유율을 가파르게 끌어올리며 하나금융지주 비은행 알짜계열사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하나에프앤아이는 부실채권을 할인된 가격으로 사들인 뒤 담보 등을 매각해 투자수익을 거두는 회사다. 곽철승 대표이사 사장은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데 연임에도 힘이 실리게 됐다.
26일 부실채권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에프앤아이가 부실채권시장에서 올해 점유율이 크게 높아졌다.
부실채권 입찰시장에서 9월 말 기준으로 하나에프앤아이의 점유율은 36.5%로 연합자산관리(유암코)에 이어 업계 2위에 올랐다.
부실채권시장은 지난해 연합자산관리와 대신에프앤아이가 점유율 60%를 차지했는데 올해는 하나에프앤아이가 점유율을 대폭 끌어올렸다.
지난해 말 기준 하나에프앤아이의 시장 점유율은 12% 수준이었다.
하나에프앤아이가 부실채권 입찰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3분기 말 기준 부실채권 자산규모는 1조3124억 원으로 증가했다.
하나에프앤아이의 부실채권 자산규모는 2017년 말 5363억 원, 2018년 말 8237억 원, 2019년 말 8696억 원이었다.
부실채권(NPL)은 부실대출금과 부실지급보증액을 합친 것으로 자산 건전성 분류기준에 따른 여신 분류 가운데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에 해당하는 여신을 뜻한다. 보통 3개월 이상 연체된 여신을 고정이하 여신으로 분류된다.
하나에프앤아이 관계자는 “10월 KDB산업은행 부실채권(1956억 원)을 낙찰받은 것을 포함하면 10월 말 기준으로 부실채권 입찰시장 점유율 39.4%로 업계 1위에 올랐다”고 말했다.
곽 사장은 2019년 3월 하나에프앤아이 대표이사에 오른 뒤 하나에프앤아이의 지속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영업자산을 늘리는 데 집중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나에프앤아이는 2013년 말 여신금융업에서 부실채권투자관리업으로 업종을 전환해 업계에서 후발주자로 꼽힌다.
하나에프앤아이는 부실채권 자산 증가에 맞춰 투자여력을 갖추기 위해 내년 초 유상증자를 검토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가 하나에프앤아이 지분 99.7%를 쥐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해 말 손자회사였던 하나에프앤아이를 하나금융지주 자회사로 편입했는데 이는 비은행부문 강화전략과 맞닿아 있다.
하나에프앤아이 관계자는 “내년 1월 대금납입을 예정으로 1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에프앤아이는 올해 들어 부실채권 자산을 빠르게 늘리면서 2020년 9월 말 기준 레버리지배율이 7.7배로 올랐다. 지난해 말 기준 레버리지배율은 6.8배였다. 레버리지배율은 자기자본 대비 총자산 비율을 뜻한다.
하나에프앤아이는 부실채권투자관리회사로 레버리지배율 규제를 받지 않지만 재무 건전성을 고려해 내부적으로 7배 수준에서 관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내년 초 유상증자를 통해 재무 건전성을 높이면 그만큼 부실채권 투자를 늘리는 데 탄력을 받을 수 있다.
하나에프앤아이의 실적 증가도 곽 사장에 연임에 힘을 실어준다.
하나에프앤아이는 3분기 누적 순이익 116억 원을 거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 증가했다.
하나에프앤아이가 하나금융지주 전체 순이익에 기여하는 부분은 아직 적지만 2018년부터 순이익 100억 원 이상을 거두며 알짜회사로 거듭나고 있다.
곽 사장은 하나에프앤아이 대표이사에 오르기 전 전략, 재무, 경영관리부문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1988년 외환은행에 입행해 외환은행 기획관리그룹 본부장, 하나금융지주 전략총괄 및 재무총괄(CFO) 전무를 맡았다.
곽 사장은 하나에프앤아이를 글로벌 부실채권 투자회사로 키우겠다는 비전을 세워두고 있다.
곽 사장은 내년 3월 임기 2년을 마친다.
하나에프앤아이 전 대표이사였던 정경선 사장은 2016년부터 2년 임기를 마친 뒤 1년 연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두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