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헬릭스미스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헬릭스미스 주가가 연일 오른 것은 엔젠시스를 향한 투자자들의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파악된다.
헬릭스미스가 약속을 어기고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것과 사모펀드에 자금을 투자한 사실을 뒤늦게 밝힌 데 주주들의 볼멘소리가 여전한데도 엔젠시스를 향한 시장의 기대감이 가시지 않은 덕분에 주가가 올랐다는 것이다.
헬릭스미스 주가는 17일부터 23일까지 5거래일 연속 올랐다. 17일까지만해도 한 달 넘게 2만 원대를 벗어나지 못했는데 19일 3만 원대로 오르더니 23일 3만3250원까지 56.1% 상승했다.
헬릭스미스가 미국에서 19일 첫 환자에 치료제 투약을 시작하고 엔젠시스의 재료인 아데노 부속 바이러스(AAV) 생산에 필요한 모든 기술을 확보하면서 차츰 엔젠시스 임상3상 진행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헬릭스미스는 2019년 9월 미국에서 엔젠시스 임상3-1a상에 실패한 뒤 1년 만인 올해 9월16일 미국에서 엔젠시스의 임상3상을 재개했으나 그동안 임상 진행과 관련해 진척된 내용을 전하지 않으면서 주가도 시장의 불안감을 안고 내리막길을 걸었다.
주가가 한 달 만에 3만 원대를 회복하면서 유상증자 흥행을 향한 김선영 대표의 기대감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김 대표는 지배력 약화까지 감수하면서 이번 유상증자를 결정할 정도로 절실한 상황에 놓여 있다.
유상증자를 결심한 가장 큰 이유였던 관리종목 지정 위기는 넘길 수 있게 됐다.
자기자본 대비 법인세비용차감전 계속사업손실이 최근 3년 사이 2개년에서 50%를 초과하면 관리종목에 편입된다.
헬릭스미스는 자기자본 규모를 키우고 이 비율을 낮추기 위해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는데 올해 안으로 유상증자를 마무리하기로 일정을 잡고 있는데다 3분기 실적도 시장 기대치를 웃돌아 4분기 법인세비용차감전 계속사업손실이 561억 원만 넘지 않으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위험은 사라지게 된다.
이번 유상증자는 엔젠시스 임상3상의 추진력을 얻기 위한 연구개발자금을 확보한다는 측면도 있다 .당장 엔젠시스의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의 임상3상을 추진하는 데만 200억 원 정도가 들어갈 것으로 제약바이오업계는 추산한다.
아직 신주의 최종 발행가액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발행가액이 현재 주가보다 낮게 형성될 가능성이 높아 유상증자에 충분한 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신주의 확정 발행가액은 1차 발행가액과 2차 발행가액 가운데 낮은 가격으로 정해진다. 2차 발행가액이 1차 발행가액인 1만4150원만 넘기면 최종 발행가액은 1만4150원으로 확정되는데 이는 현재 주가 3만 원대보다 낮다.
만약 구주주 청약 첫날 전 3거래일부터 5거래일까지 현재 주가 수준이 유지된다면 발행가액은 1만8천 원정도에서 책정돼 유상증자 규모가 불어날 수도 있다.
1차 발행가액과 2차 발행가액 가운데 낮은 가액이 구주주 청약 첫날 전 3거래일부터 5거래일까지 가중산술평균주가의 60%보다 낮으면 청약일 전 3거래일부터 5거래일까지의 가중산술평균주가의 60%가 확정발행가액이 된다.
이렇게 되면 김 대표는 유상증자로 연구개발자금 1300억 원가량을 손에 쥐게 된다. 애초 헬릭스미스의 목표였던 2800억 원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헬릭스미스를 둘러싼 잇딴 악재를 감안할 때 나름 선방하는 규모라는 얘기도 제약바이오업계에서 나온다.
신주의 최종 발행가액은 구주주 대상 청약 공모일 3거래일 전인 12월15일에 확정된다. 헬릭스미스는 12월18일부터 12월21일까지 기존 주주를 대상으로, 12월23일과 24일은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신주의 청약을 받는다.
김선영 대표는 헬릭스미스와 엔젠시스를 지키기 위해 경영권 위협을 무릅쓰고 유상증자라는 마지막 승부수를 띄웠다.
유상증자 규모가 증자 전 발행주식 기준 28%로 작지 않은 데다 김 대표가 최근 주식담보대출 상환을 이유로 보유지분을 매각하면서 유상증자가 진행된 뒤 김 대표의 지배력은 크게 약해진다. 더욱이 김 대표는 이번 유상증자에 참여하지도 않는다.
이에 따라 김 대표의 지분율은 18일 기준 6.67%(178만4996주)에서 유상증자 뒤 5.21%까지 떨어지게 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