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구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 회장이 내년 ‘영업이익 1조 원 클럽’ 가입을 향해 가벼운 발걸음을 옮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은 2016년부터 시작된 NB라텍스 증설계획이 올해 마무리되는 것과 동시에 내년 말 상업가동을 목표로 추가 증설계획을 내놨는데 중국을 중심으로 NB라텍스 수요가 크게 늘면서 수혜가 예상된다.
12일 금호석유화학에 따르면 울산 공장에 2021년 11월 상업가동을 목표로 연 7만 톤 규모의 NB라텍스 증설을 위한 투자계획을 세우고 착공시점만 저울질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2016년부터 꾸준히 NB라텍스 생산설비를 늘려오면서 지속적으로 NB라텍스 수급현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NB라텍스 수요 전망에 발맞춰 추가 증설투자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NB라텍스는 의료용이나 위생용 장갑인 니트릴 장갑을 만들 때 사용되는 원료다.
금호석유화학은 글로벌 NB라텍스시장이 연평균 10% 가량의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증설을 이어왔다.
금호석유화학은 박 회장의 공장 증설에 힘입어 11월 기준 NB라텍스 생산능력 연 68만 톤 규모로 글로벌 NB라텍스시장 점유율 35%를 차지해 1위에 올라있다.
하지만 박 회장은 이 계획이 끝나기도 전에 다시 추가 증설을 결심했다.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NB라텍스가 투입되는 위생용 장갑의 수요가 기존 대규모 수요지역인 미국과 유럽에서 뿐 아니라 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서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글로벌 장갑생산의 80~90%를 차지하는 말레이시아의 장갑 수출금액이 지난해에 비해 미국은 22%, 독일은 16% 증가한 반면 중국은 105%, 터키 등 다른 아시아 지역은 60% 급증했다.
이에 따라 장갑 원료인 NB라텍스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NB라텍스의 수익성이 개선됐다.
NB라텍스 수출가격은 7월 톤당 800달러에서 9월 톤당 1100달러로 상승했다. 특히 중국향 NB라텍스 수출가격은 8월 톤당 1300달러에서 9월 톤당 1550달러로 평균 가격을 훨씬 웃돌고 있다.
윤재성 하나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위생용 장갑 수요가 코로나19와 상관없이 구조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며 “중국인의 위생관념 변화로 주요 장갑 제조사들이 대규모 증설에 나서고 있어 NB라텍스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고 분석했다.
NB라텍스가 금호석유화학의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점차 커지고 있다.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NB라텍스는 올해 초 금호석유화학 영업이익의 20~30%에 그쳤지만 코로나19로 위생용 장갑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3분기에는 전체 영업이익의 42%를 차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금호석유화학은 이런 NB라텍스 호조에 힘입어 3분기 2천억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두는 깜짝 실적을 냈다.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4670억 원에 이르는데 이는 2019년 말 영업이익 3659억 원을 초과한 수치다.
금호석유화학은 이제 추가 증설계획을 통해 NB라텍스시장 성장에 따른 수혜를 단단히 볼 준비를 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금호석유화학이 내년 영업이익 1조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NB라텍스 가격과 스프레드 폭등이 현실화되고 있는데다 범용고무까지도 회복세를 보여 2021년 강한 합성고무 실적이 기대된다”며 “금호석유화학은 2021년 사상 최초로 영업이익 1조 원 시대가 열릴 것이다”고 내다봤다.
박 회장으로서는 2010년 독자적 경영활동을 시작한 뒤 처음 영업이익 1조 원 시대를 바라보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성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