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찬 기자 cyc0111@businesspost.co.kr2020-11-10 17:02:32
확대축소
공유하기
이정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대표이사가 다국적제약사에 기술수출한 치료제의 권리를 받환받았지만 미국 식품의약국과 협의를 통해 임상2상에 진입할 수 있다는 기대를 거두지 않고 있다.
다만 이 치료영역에서 전문성을 보이는 다국적제약사의 권리반환이라는 점에서 치료제의 안전성을 향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이정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대표이사.
10일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에 따르면 기술반환된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BTT-877’의 임상2상 수행 여부는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진행하는 C타입 미팅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C타입 미팅은 임상책임자가 요청하면 진행되는 비정례회의로 임상책임자와 경영진, 미국 식품의약국 책임자 등이 참석해 임상데이터의 세부자료에 관해 서로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다.
이 대표는 올해 8월에 열린 기업설명회(IR)에서 BBT-877의 권리가 반환될 가능성에 대비해 글로벌 자문단의 도움을 받아 자체적으로 보충시험을 수행하고 미국 식품의약국과 미팅을 한 뒤 2021년 안에 임상2상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 대표는 베링거인겔하임이 1년 4개월 동안 개발을 진행하며 축적한 데이터를 검토해 BBT-877의 적응증 확대 및 또 다른 기술수출 가능성도 타진하는 동시에 미국 식품의약국과 임상 진행 방향을 논의하기로 했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는 이번 BTT-877 권리 반환조치는 베링거인겔하임이 임상2상 진행에 앞서 잠재적 독성을 파악하기 위해 유전자변형 실험동물 대상의 추가적 독성시험 예비단계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추가적 독성시험 진행은 베링거인겔하임 내부 가이드라인에 따른 결정일 뿐 BTT-877의 안전성이나 치료효능과 무관하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기업설명회 당시 “내부적으로는 현재까지 확보된 BBT-877 데이터만으로도 임상2상을 시작할 만한 근거가 충분하다”고 자신했지만 결국 반환됐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관계자는 “BTT-877의 임상1상이 완료된 만큼 안전성 측면에서는 문제가 없고 경쟁약물인 미국 제약사 길리어드사이언스와 벨기에 제약사 갈라파고스가 공동으로 개발하는 ‘GLPG-1690’보다 동등 이상의 치료효능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17일에 온라인 기업설명회를 개최하는데 이 대표가 직접 참석해 BTT-877에 관한 향후 전략에 관해서도 설명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최근 유한양행, 한미약품, SK바이오팜 등도 기술수출했다가 반환받은 치료제의 재수출에 성공한 만큼 BBT-877의 기술반환을 실패로 단정짓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시선도 있다.
한미약품은 올해 8월 미국 바이오 헬스케어기업 MSD에 비만과 대사성질환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는 ‘HM12525A’를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치료제로 기술수출했는데 HM12525A은 앞서 2015년에 다국적제약사 얀센에 비만환자 치료제로 기술수출했다가 2019년 7월에 반환됐다.
유한양행은 2016년 11월 중국 제약사 뤄신에 자체 개발한 비소세포 폐암 신약 후보물질 ‘레이저티닙(YH25448)’을 기술수출했다가 12월에 기술반환받았지만 2018년 다국적제약사 얀센에 다시 기술수출했다.
SK바이오팜도 수면장애 치료제 ‘수노시’를 2009년 5월 미국 제약사 아드레넥스에 기술수출했지만 반환받은 뒤 2011년 8월에 미국 제약사 애리얼바이오파마(이후 미국 제약사 재즈에 판권 이전)에 재수출하기도 했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는 BTT-877 이외에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 BBT-401과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BBT-176의 기술수출 기대감도 높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는 BTT-877의 기술수출로 계약금을 포함한 기술수출 수수료(마일스톤) 4500만 유로(600억 원)를 수령해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 기존 치료제의 임상개발 등에 자금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환자에 저용량을 투약하는 BBT-401의 미국 임상2상은 마쳤으며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는 환자에 고용량을 투약하는 글로벌 임상2상 진행도 준비하고 있다.
BBT-176에 관해서도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국내에서 임상1/2상을 진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관계자는 “BBT-401과 BBT-176 모두 글로벌 제약사의 관심이 높아 현재 기술수출 논의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며 “이르면 내년에는 BBT-401과 BBT-176의 기술수출 성과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베링거인겔하임이 진행하는 추가적 독성시험 단계를 넘지 못했다는 점에서 BTT-877의 안전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베링거인겔하임은 이미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오페브’를 개발해 2014년에 미국 식품의약국의 허가를 받고 출시했기 때문에 특발성 폐섬유증 영역에 관한 전문성은 높다.
베링거인겔하임은 2019년에 오페브로만 17억5천만 달러(2조 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2024년 오페브의 특허 만료를 앞두고 BTT-877의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타진하다 이번에 반환조치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관계자는 “이제 막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BBT-877 기술반환조치 의사를 확인해 BBT-877과 관련해 구체적 계획을 세우지는 못했다”며 “현재로서는 내년 1분기 안에 미국 식품의약국과 진행하게 될 C타입 미팅 준비에 전념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