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종규 KB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왼쪽)과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 |
국내 최대 금융지주 라이벌인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의 ‘리딩뱅크’ 경쟁이 갈수록 흥미진진해지고 있다.
연말까지 실적의 고삐를 죄면서 내년도 사업 성패를 좌우할 주요 계열사 연말 CEO 인사와 사업계획을 확정짓기 위해 분주하다.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는 3분기 나란히 우수한 경영실적을 냈다. 코로나19와 저금리 등 경기 불확실성에도 3분기 누적 순이익이 급증했다. 은행보다는 비은행부문의 약진이 두드러졌던 결과다.
◆ KB금융지주 실적도 승승장구, 박정림 KB증권 거취 주목
-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에 이어 허인 KB국민은행장까지 연임이 확정되면서 경영체제가 빠르게 안정됐다. 허 행장의 연임은 KB국민은행 내부에서도 반기는 분위기로 이렇다 할 잡음이 일지 않았다. 허 행장은 1년 임기이긴 하지만 재연임으로 4년째 은행장을 맡게 되면서 원하든 원치 않든 ‘포스트 윤종규’로 더욱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 회장-행장 투톱이 확정되면서 임기 만료를 앞둔 나머지 주력 계열사 대표의 거취도 연말로 다가올수록 비상한 관심을 끈다. 허 행장 연임의 기조로 봤을 때 윤 회장이 3번째 임기의 첫 해까지는 안정기조를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동철 KB국민카드 사장, 양종희 KB손해보험 사장 등이 자리를 옮긴다면 지주 사장이나 부회장이 신설돼야 하는데 내부적으로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게 보는 분위기다.
- 주요 계열사 대표 가운데 거취가 가장 불확실한 이는 박정림 KB증권 각자대표이사 사장이 꼽힌다. 실적만 놓고보면 나무랄 데가 없지만 라임자산운용 사태와 관련해 현직 CEO로는 드물게 금융감독원의 중징계를 통보받았다. 내부통제 부실이 이유인데 박 사장이 금융권에서 드문 여성 CEO로서 주목받았던 만큼 아쉬움이 클 수 있다. 박 사장은 중징계가 확정되면 4년 동안 금융회사 임원을 맡을 수 없게 되는데 금융투자협회를 비롯해 ‘금융당국의 CEO 제재가 과하다’, ‘금감원 책임도 크다’는 등 의견도 나오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 KB금융지주 실적은 다른 금융지주들 눈에 얄미울 정도다. 3분기 금융지주 최초로 분기 이익이 1조 원을 넘었다. 은행에서 코로나19로 충당금을 대폭 늘렸음에도 증권, 카드, 보험, 캐피털 등 비은행 실적이 급증한 덕분이다. 비은행 비중이 40%까지 올랐는데 앞으로 잘 짜인 포트폴리오의 힘이 더욱 발휘될 듯하다.
◆ 신한금융 올해 '리딩뱅크' 수성 위해 치열한 경쟁 예고
- 신한금융지주가 비은행계열사의 고른 성장으로 KB금융지주와 국내 금융권 순이익 1위 '리딩뱅크'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KB금융지주가 3분기에 시장 예상치를 크게 뛰어넘는 순이익을 내면서 올해 신한금융지주를 꺾고 1위에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공격적 외형 성장 전략에 집중하는 반면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한금융지주 역시 3분기까지 시장 예상치를 크게 뛰어넘는 국내 금융권 사상 역대 최고 3분기 누적 순이익을 올리면서 치열한 경쟁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신한금융와 KB금융이 모두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고 좋은 실적을 봐 올해 순이익에서 큰 격차를 보이지 않고 있는 만큼 연말까지 치열한 경쟁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 조용병 회장은 당장의 실적 경쟁보다도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 사이 시가총액 차이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는 데 예민하게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지나면서 KB금융지주 주가는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신한금융지주 주가는 뚜렷한 상승 계기를 만들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신한금융지주 시가총액이 KB금융지주를 앞설 때도 있었지만 현재는 KB금융지주 시가총액이 신한금융지주 시가총액을 큰 차이로 앞서고 있어 추격이 절실할 수밖에 없다.
- 조 회장은 신한금융지주 기업가치 회복을 위해 특단의 조치인 분기배당 실시를 검토하는 등 다양한 주주가치 제고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에서 여유자금을 배당에 활용하는 것은 재무적 리스크를 키울 수 있기 때문에 쉽지 않은 선택일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에서 최근 금융회사들을 상대로 배당 등을 자제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고 외국계 사모펀드 지분율이 높아진 신한금융지주에서 배당을 확대하는 것은 결국 외국으로 자금이 유출되는 결과를 낳는다는 정치권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신한은행은 국감에서 채용비리 관련 이슈를 무사히 넘겼다. 정의당 배진교 의원 외에는 관련 문제을 언급한 의원도 없고 배 의원도 금감원의 신한은행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 우리은행이 채용비리 사태에 더 직접적으로 화살을 받으면서 신한은행과 조용병 회장 관련 채용비리 사안은 크게 도마 위에 오르지 않았다. 신한은행 채용비리 사건이 아직 확정판결이 나지 않은 점도 영향을 미쳤다. 조용병 회장의 채용비리 재판 일정은 계속 늦춰지고 있는데 이번 임기 안에 대법원 판결이 확정될 가능성은 낮아지고 있다.
- 라임펀드 부실판매 관련 여파는 신한금융투자에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수 있다. KB증권 박정림 사장이 현직인 것과 달리 신한금융투자는 전직인 김병철 전 대표이사 사장이 중징계를 통보받았기 때문이다. 다만 신한금융투자는 임모 전 PBS사업본부장이 480억 원의 펀드를 불완전 판매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은 만큼 이영창 대표가 신뢰회복에 힘을 쏟아야 할 필요성은 크다. 이 대표는 라임과 관련해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대대적 개편 이어가고 있다. 상품출시 의사결정기구에 금융소비자보호총괄책임자(CCO)와 금융소비자보호센터 책임자를 합류시켜 출시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했다. 업계 최초로 상품심사감리부를 신설해 상품심사와 감리 외에 자산운용사를 심사하는 기능을 추가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