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대우증권 인수전이 달아오르면서 이번 인수전에 참여하는 금융계 인사들의 인연이 관심을 끈다.
특히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과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의 자존심을 건 라이벌 승부가 인수전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우증권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과 매각주관사는 12월21일 본입찰을 진행하기로 잠정결정했다. 그 뒤 12월24일 우선협상대상자가 발표되며 내년 1분기 안에 매각절차가 완료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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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 |
대우증권 본입찰까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이어서 인수후보들 사이에 치열한 눈치작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본입찰에서 인수가격이 최대 승부처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대우증권은 상반기 기준으로 자본총계가 4조3049억 원으로 증권업계 2위다. 투자금융(IB)사업, 주식위탁매매(브로커리지)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초대형 매물이다.
매각 대상은 대우증권의 보통주 기준으로 주식 43%에 해당하는 1억4048만1383주와 산업은행자산운용 777만8956주(100%)다. 여기에 산업은행이 매각발표 당시 밝힌 경영권 프리미엄 20~30%가 더해진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제외하면 사실상 대우증권 주가가 인수가격 결정에 중요하다. 문제는 대우증권 주가가 하락하고 있어 인수후보자들이 제시할 가격을 정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투자금융업계에서 매각가격이 2조 원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산업은행은 헐값매각 논란을 의식해 제값을 받지 못할 경우 매각을 철회할 수도 있다.
현재 대우증권 예비입찰에 출사표를 던진 곳은 한국금융지주, 미래에셋증권, KB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 등 4곳이다. 그러나 사실상 우리사주조합을 뺀 3파전 양상을 띌 것으로 예상된다.
유력후보들간 본입찰 인수가격을 둘러싼 치열한 눈치싸움이 예고되는 상황에서 한국금융지주와 미래에셋금융그룹의 ‘베팅’이 특히 관심을 끈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과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의 남다른 인연 때문이다. 박 회장은 금융투자업계 샐러리맨 신화를 쓴 창업가형 오너 기업인이다. 그는 동원증권에 입사하면서 금융업에 발을 디뎠다.
박현주 회장이 동원증권 지점장으로 근무할 당시 같은 압구정점에 대리로 들어온 이가 김남구 부회장이다. 김 부회장은 김재철 동원산업 회장의 장남으로 오너 2세 기업인이다.
김 부회장은 재벌가 2세들과 달리 금융업계 밑바닥부터 실무를 쌓았고 과감한 인수합병 등을 통해 중소증권사에 불과했던 동원증권을 현재 20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한국금융지주로 키워냈다.
박현주 회장과 김남구 부회장은 출신은 달랐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두 사람은 모두 전남 출신에 고려대 경영학과 5년 터울 선후배 사이라는 인연도 있다.
박현주 회장은 1997년 동원증권을 퇴사한 뒤 미래에셋자산용을 세우며 독립했다. 박 회장이 대우증권 인수에 성공할 경우 미래에셋증권은 단숨에 자기자본 7조8천억 원의 초대형 증권사로 뛰어오를 수 있다.
김남구 부회장 역시 공격적 인수합병을 통해 한국투자금융지주를 성장시켰다. 김 부회장은 2005년 한국투자증권 인수에 성공하면서 사세를 비약적으로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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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 |
한국투자금융지주가 대우증권을 품에 안으면 자기자본 7조5천억 원 규모의 국내 1위 증권사로 도약할 수 있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두 사람 다 대우증권 인수에 강한 의지를 보일 것”이라며 “특히 동원증권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사이였고 과거 인수합병에서 뚝심을 보였던 만큼 양측의 자존심 싸움도 인수가격 제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대우증권 예비입찰에서 한국금융지주는 1조9천억 원, 미래에셋증권 1조8천억 원, KB금융지주는 1조6천억 원 가량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지주가 인수전 초반만 해도 유력 인수후보로 꼽혔으나 미래에셋증권과 한국금융지주가 뛰어들면서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게 됐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