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GE캐피탈에서 보유한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지분을 어떻게 할지를 놓고 1년 가까이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금융계열사의 지배구조 재편에 대한 방침을 정하지 못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GE캐피탈에서 보유한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지분을 모두 인수하려면 상당한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
|
|
▲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차가 GE캐피탈과 체결했던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합작계약 기간이 끝난 지 1년이 지났지만 GE캐피탈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지분에 대한 방침을 정하지 못했다.
현대자동차는 19일 “GE캐피탈과 체결했던 주주간계약서를 개정하거나 보완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와 관련한 구체적 내용이나 일정, 지분인수 등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2004년 GE캐피탈과 합작계약을 체결했고 GE캐피탈은 그 뒤 현대캐피탈 지분 43.3%, 현대카드 지분 43%를 계속 인수했다.
이 합작계약은 지난해 말 종료됐다. 그러나 아직도 GE캐피탈이 보유한 현대캐피탈과 현대카드 지분을 어떻게 처리할지는 정리되지 않고 있다.
GE캐피탈은 현대차그룹에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지분 전량을 인수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이 GE캐피탈에서 보유한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지분을 모두 인수하는 데 최소 1조5천억 원의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GE캐피탈이 보유한 현대카드 지분 43%는 약 8천억~1조 원, 현대캐피탈 지분 43.3%는 7천억~8천억 원 정도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런 자금부담보다는 현대차그룹이 금융계열사의 지배구조에 대한 방침을 정하지 못해 GE캐피탈에서 보유한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지분 처리를 늦추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에서 현대차그룹이 현대캐피탈 지분의 경우 모두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현대캐피탈은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차량을 구매하는 고객 가운데 약 70%에 할부와 리스 등 자동차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현대차그룹에서 지분을 포기하기 어렵다.
문제는 현대카드 지분이다.
현대카드는 자동차 복합할부금융 상품을 사실상 폐지하면서 자동차 판매와 시너지가 줄었다. 더욱이 카드시장의 경쟁이 심화되고 카드가맹점 수수료 인하가 이뤄지면 수익성 악화를 피하기 어렵다.
일각에서 정태영 현대카드 겸 현대캐피탈 부회장이 현대카드 지분을 인수할 가능성도 제기한다. 정 부회장은 현대차그룹 금융계열사 가운데 현대커머셜 지분 16.67%만 소유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GE캐피탈에서 보유한 현대카드 지분을 신세계그룹이나 NH농협금융지주 등에 팔 수 있다는 소문도 무성한 상태”라며 “현대차그룹이 금융계열사의 지배구조를 어떻게 재편할지 결정해야 GE캐피탈에서 보유한 금융계열사 지분 문제도 해결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