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금융권에 따르면 박 행장이 정부가 추진하는 뉴딜정책 참여에 적극적 행보를 보일지 시선이 몰린다.
정부는 코로나19 이후 시대를 대비해 디지털과 환경을 두 축으로 2025년까지 160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내놨다.
이를 위해 5대 금융지주를 중심으로 약 70조 원 규모의 지원계획을 발표하는 등 국내 금융사들의 참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SC제일은행은 아직 참여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최근 빌 윈터스 SC그룹 회장이 한국을 방문해 윤 원장과 은성수 금융위원장을 만나면서 SC제일은행의 뉴딜정책 참여 가능성에 힘이 실린다.
윈터스 회장은 박 행장과 함께 16일 윤 원장, 24일 은 위원장과 면담을 진행했다. 코로나19 관련 정책 대응, 저금리시대에서 금융산업의 비전, 핀테크·디지털경제 등 코로나19 이후 금융산업 미래 등과 관련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윈터스 회장은 SC그룹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디지털과 환경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정부가 추진하는 뉴딜정책에도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방한에서도 금융당국 수장 외에 카카오뱅크, 비바리퍼블리카, NHN페이코 등 핀테크기업 대표이사들과도 만나 디지털 경쟁력 확보를 위한 의견을 나눴다.
그는 9일 '금융혁신과 미래 금융 커리어'라는 주제로 진행한 대학생을 위한 커리어 멘토링에 직접 참석해 “미래에 금융인을 꿈꾼다면 환경오염문제나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을 지니고 이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금융역량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행장은 3일 재연임이 확정되면서 앞으로 3년 더 SC제일은행을 이끌게 됐다. 그는 새로운 임기를 앞두고 뉴딜정책 참여를 통해 현지화를 둘러싼 논란을 잠재우려 할 수도 있다.
SC제일은행은 개인사업자를 주요 고객으로 하는 소매금융을 주요 영업수익으로 두고 있는 만큼 현지화가 주요 과제로 꼽힌다.
이에 앞서 박 행장도 2016년 기존 'SC은행'에서 'SC제일은행'으로 회사이름까지 변경하며 소매금융에 집중했다.
하지만 박 행장이 SC제일은행 첫 한국인 행장으로 2016년 취임 초부터 외국계은행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현지화에 공을 들여왔지만 여전히 반쪽짜리 현지화라는 시선이 나왔다.
연간 순이익을 초과하는 수준의 배당 지급으로 국부유출 논란이 지속되고 있고 올해 코로나19 금융지원에도 소극적이었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2019년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SC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의 배당 수준을 놓고 '과도하다'고 짚었다. 영국 SC그룹이 SC제일은행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연간 순이익을 초과하는 수준의 배당은 지나친 국부유출이라는 것이다.
박 행장이 취임한 2015년 이후 SC제일은행은 2016년 800억 원, 2017년 1250억 원, 2018년 1120억 원, 2019년 6550억 원을 배당했다. 특히 2019년에는 순이익(3144억 원)의 2배가 넘는 배당을 실시했다.
SC제일은행은 국내은행에 비해 코로나19 금융지원에도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4월 소상공인 금융지원을 위한 이자차익 보전대출 실행도 약 100억 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은행권에 배정된 이자차익 보전대출액은 3조5천억 원이었다.
이에 더해 올해 상반기 사회적경제기업에 공급한 대출규모도 국내 은행들이 모두 증가한 가운데 SC제일은행만 감소했다.
박 행장이 뉴딜정책에도 소극적 태도를 보인다면 새로운 임기에도 외국계은행이라는 꼬리표를 떼기가 쉽지 않은 셈이다.
금융당국은 지속해서 외국계 금융사의 뉴딜정책 참여를 요청하고 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28일 온라인 화상회의 방식으로 열린 외국계 금융회사 업무설명회 기조연설에서 "최근 정부는 포스트 코로나19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했으며 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 기반 새 디지털 생태계의 출현과 기후위기에 대응한 녹색 전환 과정에서 금융산업의 적극적 역할이 요구된다"며 "외국계 금융사에서도 이와 관련한 국제적 경험과 사례를 국내에 접목하는 데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종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