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휴젤의 보툴리눔톡신 ‘보툴렉스’가 이르면 9월 안에 중국에서 미용 목적으로 판매허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보툴렉스는 현재 국가식품의약품감독관리총국(NMPA)의 기술적 검토가 모두 끝났고 마지막 허가만을 남겨두고 있다. 손 대표는 코로나19로 일정이 다소 지연되기는 했지만 3분기 안에 허가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손 대표는 올해 초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올해 안에 중국에 진출하겠다고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휴젤의 보툴렉스가 허가를 받게 된다면 4번째로 중국에 출시되는 보툴리눔톡신이 된다.
중국 보툴리눔톡신 시장은 현재 앨러간의 ‘보톡스’와 중국 란주연구소의 ‘BTXA’가 양분하고 있다. 여기에 프랑스 제약사인 입센의 보툴리눔톡신 ‘디스포트’가 올해 6월 중국에서 품목허가를 받았다.
손 대표는 중간급 가격대의 중국 보툴리눔톡신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현재 보톡스는 중국에서 1바이알(병) 당 400달러(약 46만 원)에, BTXA는 150달러(약 17만 원)에 처방되고 있다. 손 대표는 두 제품의 중간으로 가격을 설정해 중국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했을 때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손 대표는 보툴렉스가 보톡스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BTXA보다 품질 경쟁력이 뛰어나다는 점을 부각해 마케팅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BTXA는 국내에도 저렴하게 출시됐었지만 품질 경쟁력 등에서 국산 제품에 밀리며 2013년 판매가 중단됐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에서는 프리미엄급 제품으로 인식되는 보톡스와 낮은 품질인 BTXA 밖에 없기 때문에 미들급 제품, 즉 가격은 저렴하면서 품질이 우수한 국내 보툴리눔톡신 제품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국내 제품이 정식으로 허가만 받는다면 성장률은 우리가 기대하는 이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에서 ‘K-뷰티’에 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는 점도 휴젤의 중국진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중국이 미국에 이어 2번째로 큰 보톡스톡신 시장인데다 현지 소비자들은 한류와 K-뷰티에 익숙하다. 게다가 K-뷰티 열풍은 최근 화장품을 넘어 미용, 성형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 성형외과 외국인 환자 가운데 53.2%는 중국인 환자인 것으로 파악됐다. 또 따이공(중국 보따리상)을 통해 중국과 홍콩 암시장(블랙마켓)에 수출되는 국내 보툴리눔톡신은 2019년 기준 약 1293억 원에 이르는데 이는 전체 수출물량의 약 50%에 이른다.
또 최근에는 중국 합법 보툴리눔톡신시장의 증가속도가 암시장의 증가속도를 넘어서고 있다. 따라서 휴젤의 보툴렉스가 중국에서 정식으로 출시되면 중국 정부의 단속을 받지 않고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손 대표는 최근 중국 의사 자격증을 보유한 지승욱 전 CJ헬스케어 부장을 글로벌사업담당 이사로 영입하면서 보툴렉스의 중국 합법시장 진출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지 이사는 종근당에서 중국사업을 담당했고 CJ헬스케어에서는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의 글로벌 진출을 주도했다.
김승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의 암시장은 여전히 큰 시장이지만 국가, 기업, 협회가 나서서 불법적 시술과 유통을 통제하고 있다”며 “규제 강화와 합법시장의 성장은 중국 국가식품의약품감독관리총국(NMPA)의 허가를 보유하는 국내업체에게는 프리미엄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휴젤의 보툴렉스 가격 설정이 애매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격 경쟁력에서는 BTXA에 밀리고 인지도에서는 보톡스에 밀려 점유율 확대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현재 중국 암시장을 통해 거래되는 국내 보툴리눔톡신의 가격이 상당히 저렴하게 형성되고 있다는 점도 시장 확대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제약바이오업계의 한 관계자는 “보툴렉스가 중국 허가를 받으면 휴젤은 중국 사화제약를 통해 유통하게 되는데 가격은 암시장에서 거래되던 것보다 높아질 것”이라며 “중국 정부의 암시장 규제 강도나 새로운 경쟁사인 입센의 ‘디스포트’ 가격책정 등 다양한 요인이 보툴렉스의 중국시장 점유율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