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증권이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올해 상반기 실적 및 재무 건전성 개선에 성공하면서 신용등급 ‘AA급’ 증권사 진입을 노릴 수 있게 됐다.
교보증권은 상반기 모든 사업부문 실적이 호조를 보여 하반기 기대감을 높였는데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가 발생한 것은 부담이 될 수 있다.
▲ 김해준 교보증권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박봉권 교보증권 대표이사 사장. |
10일 교보증권에 따르면 올해에도 준수한 실적을 거두면서 경영목표 달성이 가능하다.
교보증권은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으로 순이익 413억 원을 거둬 올해 경영목표인 순이익 800억 원 달성 가능성을 높였다.
코로나19로 올해 1분기에 순손실 20억 원을 내면서 우려의 시선이 나오기도 했지만 2분기 실적에 힘입어 수익성을 회복하는 데 성공했다.
부동산사업을 비롯해 투자금융(IB), 브로커리지, 자산관리 및 운용 등 모든 사업부문이 흑자를 보이면서 하반기 실적 기대감을 품을 수 있게 됐다.
교보증권은 신용등급 AA급 증권사로 도약도 하반기에 노리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8월 말 교보증권의 기업신용등급을 A+로 유지하고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높였다. 신용등급이 한 단계만 올라도 AA급 증권사가 되는 것이다.
교보증권은 6월 유상증자 2천억 원 규모를 실시하면서 자기자본을 1조1천억 원대로 늘렸다. 자기자본 1조 원은 AA급 신용등급을 위한 기초적 요건으로 꼽힌다.
우발부채 잔액을 올해 2분기 기준 7593억 원으로 낮추는 등 재무 건전성을 개선했고 정기인사에서 박현수 상무를 금융소비자보호 최고책임자(CCO)로 선임하는 등 리스크 관리에도 힘써왔다.
교보증권은 올해 상반기 실적발표 자료를 통해 AA급 신용등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기대감을 내보였다.
대형증권사를 제외한 중소형증권사 가운데 신용등급 AA급 증권사는 대신증권과 키움증권 뿐이다. 교보증권이 우량 신용등급을 인정받으면 중형 증권사로 도약함과 동시에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원활히 조달하는 데도 힘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최근 사모펀드 환매가 중단된 것은 하반기 실적과 신뢰도에 변수가 될 수 있다.
교보증권은 9월 초 미국 소상공인 대출채권에 투자하는 ‘교보증권 로얄클래스 글로벌M 전문사모투자신탁'의 환매 중단을 투자자들에게 통보했다. 3월로 예정됐던 만기를 9월 말로 한 차례 미뤘는데 다시 추가 연장된 것이다. 펀드 규모는 105억 원 정도다.
이 펀드는 외국 운용사인 탠덤인베스트먼트의 ‘탠덤크레딧퍼실리티펀드’를 통해 미국 소상공인 대출채권에 투자하는 재간접 펀드다. 채권발행사는 미국 금융회사인 WBL이다.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불황 등으로 유동성이 부족해지면서 대출채권에 부실이 발생했고 WBL 자산실사 결과 145개 채권 가운데 정상 채권은 3개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교보증권이 채권 부실화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고 환매중단에 따른 자금 회수가 장기화되거나 어려움이 생기면 투자자 피해가 우려되는 등 신뢰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신용등급평가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실만으로는 신용등급에 즉각적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며 "다만 이후 불완전 판매 등 책임이 있다고 판단되면 관련된 사항들을 주의깊게 살펴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보증권은 자금 회수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우선 교보증권은 탠덤인베스트먼트를 상대로 소송에 나선다. 교보증권은 탠덤 펀드에 재간접 투자하면서 부실채권 발생 때 5일 안에 정상채권으로 교체 등의 조항을 약관에 명시했지만 탠덤이 부실화 여부를 적극적으로 살피지 않아 운용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 WBL이 소상공인 대출채권을 발행하면서 확보한 부동산 담보자산을 처분해 상환자금을 마련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확보된 담보비율은 150%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소송 진행 및 담보자산 처분 과정에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교보증권 관계자는 “법적 조치 등을 통해 자금을 빠르게 회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은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