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이 카카오게임즈 상장 흥행으로 물이 들어온 김에 리테일 확대를 위한 노를 젓고 있다.
두 회사는 청약환불금 지급 첫 날부터 이벤트를 마련하며 청약에 몰렸던 자금을 다른 투자상품으로 유인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장석훈 삼성증권 대표이사 사장. |
4일 카카오게임즈 청약증거금 58조6천억 원가량이 개인투자자들에게 반환된다. SK바이오팜 상장 당시 몰렸던 30조 원대를 훌쩍 넘은 역대 최대 규모다.
전체 청약환불금 가운데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에서 지급되는 몫은 각각 약 32조7천억 원, 23조 원에 이른다.
두 회사는 대규모 공모 흥행으로 몰린 개인들의 투자자금을 통해 리테일부문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이들을 대상으로 상품 가입을 유도하고 나섰다. 실제로 이 가운데 상당량의 자금이 금융상품에 유입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기업공개는 증권회사의 대표적 기업금융(IB)업무로 상장회사로부터 주관수수료와 흥행에 따른 인센티브 등을 통해 수익을 내는 구조다. 하지만 이에 더해 최근 개인들이 대형 공모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증권사들은 신규 개인고객 유입효과에도 주목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18일까지 카카오게임즈 청약 고객을 대상으로 금융상품 가입금액에 따라 상품권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열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대규모 청약환불금이 계좌를 통해 반환되는 만큼 이벤트를 통해 투자대안을 찾는 고객들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방탄소년단이 소속된 연예기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대표주관사도 맡아 대형 기업공개에 따른 개인고객 확보 효과를 계속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2일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10월 안으로 상장을 진행하기로 했다. 희망 공모가격은 10만5천 원에서 13만5천 원으로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기업공개를 통해 7487억 원~9626억 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삼성증권도 재투자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일정 금액 이상 금융상품 가입고객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최대 100만 원의 상품권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29일까지 연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공모청약 신청 고객 중 환불금을 은행계좌로 돌려받겠다고한 고객은 12%"라며 "공모 청약 신청자금 대부분이 저금리를 대신할 투자방안을 찾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은 그동안 신규계좌 확대를 위해 힘써왔는데 카카오게임즈 청약공모를 통해 신규 계좌개설 고객도 급증한 만큼 리테일 확대에 더욱 기대를 걸고 있다.
카카오게임즈 청약에 참여한 투자자 가운데 증권사 계좌를 새로 연 투자자의 비중이 한국투자증권은 27.2%, 삼성증권은 19%에 각각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은 '동학개미'의 활발한 증시 참여를 바탕으로 2분기에 좋은 실적을 낸 만큼 개인투자자들에 거는 기대가 더욱 크다.
한국투자증권은 2020년 2분기 영업이익이 3636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62.3% 늘어난 수치다. 이 가운데 주식과 파생상품 수수료로 2200억 원가량의 수익을 올렸다.
삼성증권 역시 2020년 2분기 기준으로 1638억 원의 위탁매매수수료 수익을 거두며 역대 최대 위탁매매수수료 수익 기록을 새로 썼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국내주식 수수료 수익은 139%, 해외주식 수수료 수익은 184% 뛰었다. [비즈니스포스트 공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