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에도 체코 현지로 가 원전 수주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주요 경쟁자인 중국과 러시아가 체코와 외교적으로 틀어진 상황에서 정 사장은 체코 인사들과 현지에서 직접 관계를 쌓아 한수원의 원전 수주 가능성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3일 한수원에 따르면 정 사장은 2일 체코 프라하에 도착해 신규 원전을 발주하는 체코 전력공사 경영진과 회의를 하며 원전 수주를 위한 현지활동을 시작했다.
한수원이 참여하는 체코 원전사업은 체코 두코바니 지역에 1천~1200MW급 원전 1기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로 총사업비가 8조 원에 이른다. 이르면 올해 연말께 발주절차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 사장은 체코 전력공사 경영진과 회의를 마친 뒤 페이스북을 통해 “체코가 원하는 사항의 행간을 읽고 우리의 장점을 더해 입찰을 준비하면서 체코 협력기업 발굴, 토목공사와 인허가 사항에 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5일 귀국할 때까지 체코 전력공사 이외에 체코 정부, 현지 기업, 신규 원전 예정부지의 지방자치단체장, 주민 대표 등을 만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한수원은 현재 러시아와 중국, 미국, 프랑스, 일본 등과 체코 원전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특히 러시아와 중국이 유력한 경쟁자로 꼽힌다.
정 사장은 경쟁자인 중국과 러시아가 체코 정부와 관계가 틀어진 틈을 노려 원전 수주활동에 힘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중국과 러시아는 체코 정부와 외교적으로 껄끄럽다.
밀로스 비스트르칠 체코 상원 의장이 8월30일부터 9월5일까지 대표단을 이끌고 대만을 방문하자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어긋나는 행동에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체코 헌법에서 상원 의장은 국가 의전서열 두 번째에 위치한다.
체코와 러시아는 6월 러시아에서 반러시아 성향의 체코 정치인을 독살하려 했다는 의혹을 둘러싸고 상대국의 외교관을 맞추방했다.
파벨 피셰르 체코 상원 외교안보위원장은 트위터를 통해 “정부는 우리를 적국으로 간주하는 국가의 사업자를 원전사업에서 배제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 정재훈 한수원 사장이 2일 체코 프라하에서 체코 전력공사 관계자와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 페이스북> |
한수원은 경쟁국보다 한수원이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했고 50여 년 동안 원전 건설과 운영을 하면 쌓은 경험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체코에 수출할 한국형 원전 ‘APR1000’이 미국과 유럽에서 인증을 받으며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았다”며 “러시아 원전보다도 신형 모델”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도 정 사장의 체코 원전 수주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8월19일과 20일에 체코 산업통상부 장관, 원전 특사와 화상 면담을 하며 국내 원자력 기술력의 우수성을 홍보했다.
성 장관은 “원전 도입에서 첫 수출까지 불과 30여 년 만에 이룬 발전 모델이 체코 원전사업에 최적화된 한국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정부에서는 한수원 중심으로 꾸려진 체코 원전사업 입찰전담조직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입찰전담조직에는 한수원을 포함해 한국전력기술, 한전연료, 두산중공업, 대우건설 등이 참여하고 있다.
정 사장은 “우리가 처음 기술을 도입해 원전을 지은 당시를 생각해 동반자적 시각으로 접근해 체코 관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