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주요 은행의 대출이 늘어났지만 대기업 대출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침체 영향으로 대기업의 투자가 활발하지 않았고 대손충당금 부담에 은행들도 대기업 대출을 줄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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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중구 농협중앙본부점에서 개인대출 상담을 받는 시민들이 창구에 앉아 있다. <뉴시스> |
9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등 6대 은행의 대출 잔액은 올해 1월 979조6374억 원에서 9월 1035조8549억 원으로 56조2175억 원 증가했다.
영역별로 살펴보면 중소기업·개인사업자(SOHO) 대출이 461조7499억 원에서 499조5390억 원으로 37조7891억 원 늘어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주택담보대출은 317조4309억 원에서 331조5240억 원으로 14조931억 원 늘었다. 안심전환대출 채권을 주택금융공사에 매각 방식으로 넘긴 약 29조 원을 포함하면 실제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43조 원 규모다.
이 기간에 개인신용대출은 5조2226억 원, 전세자금대출(주택도시기금 전세대출 제외)은 2조8984억 원 늘었다.
반면 대기업 대출은 102조8679억 원에서 99조822억 원으로 3조7857억 원 감소했다.
경기침체 영향으로 은행 대출을 해가면서까지 투자에 나서는 대기업이 많지 않았던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은행들이 대규모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부담 때문에 부실 징후가 있는 대기업에 대한 여신을 줄이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대손충당금이란 돈을 빌려준 뒤 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을 미리 추정해 수익의 일부를 미리 충당한 것을 뜻한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대손충당금으로 2조7790억 원을 쌓았는데 이 가운데 대기업 몫이 39.8%(1조1084억 원)를 차지했다.
KEB하나은행도 지난해 쌓은 대손충당금 8749억 원 가운데 대기업 비중이 31.6%(2733억 원)였다.
올해 들어 대우조선해양과 경남기업, 삼부토건 등 여러 대기업이 유동성 위기에 처하면서 은행들의 부담은 늘어났다.
일부 대기업들이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기업은행을 제외한 5대 은행의 대기업 대출 연체율은 올해 9월 말 기준 1.2% 수준으로 치솟았다.
대기업 대출 연체율이 중소기업(0.67%)이나 가계대출(0.40%) 연체율의 2~3배 수준으로 높아진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