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장과 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해 잠시 생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추진하는 당 쇄신작업이 중대한 고비를 맞고 있다.
통합당은 9월 당무감사를 준비 중인데 김 위원장이 이를 계기로 당 쇄신에 걸림돌이 되는 당협위원장 교체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28일 통합당에 따르면 이번 당무감사는 전국 지역구 253곳 가운데 현직 국회의원이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84곳을 제외하고 원외인사가 당협위원장으로 있는 147곳이 주요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당협위원장 자리가 공석인 22곳은 조직강화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새로 당협위원장을 선출한다.
전체 지역구의 66.8%에 이르는 169곳의 당협위원장이 교체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정치권에서는 통합당의 이번 당무감사를 놓고 과격한 발언과 행태로 '극우'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다수 물갈이될 것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김 위원장은 통합당의 지지 기반을 넓히기 위해 통합당의 색깔을 바꾸는 행보를 꾸준히 보여왔다.
김 위원장은 기본소득 등 진보 측에서 주로 논의된 정책을 통합당의 정강정책으로 명시한 데 이어 광주를 방문해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사과문을 낭독하고 무릎을 꿇기도 했다.
광화문집회 이후에는 통합당과 극우 성향의 보수세력을 분리하려는 태도까지 보이고 있다.
김 위원장은 26일 국회에서 비대위원장과 중진의원 연석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광화문집회에 참석한 당내 인사들에게 별도 조치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사람들을 상대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무시해 버리면 된다”고 대답했다.
김 위원장뿐 아니라 주호영 원내대표도 극우 성향의 세력을 통합당의 지지 기반에서 떼어 놓으려는 발언을 내놓았다.
주 원내대표는 25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소위 사회에서 극우라고 하는 분들과 통합당은 다르다”며 “일반 국민들은 ‘보수계열 아니냐’면서 극우 세력과 통합당을 뭉뚱그려 보는 경향이 있는데, 우리 당 전체가 그런 생각을 지닌 사람들이 있는 정당으로 비치고 그것 때문에 쉽게 지지를 못 하게 하는 점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통합당 지도부에서 극우세력과 절연하겠다는 움직임이 나오자 그 대상으로 꼽히는 인물들의 반발도 나온다.
이번 당무감사를 통해 물갈이 대상으로 꼽히는 인사는 김진태 전 의원, 민경욱 전 의원, 유정복 전 인천시장 등이다.
김 전 의원 등은 모두 현재 당협위원장인 데다 광화문집회에 참석했다.
김 전 의원은 25일 통합당 내 극우 선긋기 움직임을 놓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독재에 맞서 싸우려면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같이 돌을 던지고 있다”며 “이런 당이라면 국민도 언제 손절할지 알 수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다만 여론과 당내 움직임 등을 고려하면 극우세력과 선을 그으려는 김 위원장의 행보에 힘이 실릴 가능성이 커 보인다.
통합당의 정당지지율은 10일부터 14일 사이 진행된 리얼미터 8월 2주차 주간집계 결과를 기준으로 창당 이후 최고치인 36.3%로 조사됐다. 오차범위 안에 있지만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을 앞섰다.
하지만 광복절집회 이후인 18일부터 21일 진행된 8월 3주차 주간집계 결과 통합당의 지지율은 1.2%포인트 하락한 35.1%로 조사됐다. 반면 민주당의 지지율은 4.9%포인트 오른 39.7%로 다시 통합당을 앞섰다.
통합당 내에서 공개적으로 극우세력과 절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태경 통합당 의원은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더더욱 강력하게 당 내부에서 (극우와) 단절을 이야기해야 한다”며 “우리 내부의 잘못된 과거는 모두 폐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