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학 기자 jhyoon@businesspost.co.kr2020-08-05 15:5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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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대출영역을 빠르게 확대해 대안금융 수준을 넘어 전통 은행업의 위상을 넘본다.
코로나19로 비대면사회가 앞당겨지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이 디지털에 특화된 강점을 앞세워 외형 성장의 기회를 얻고 있다.
▲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왼쪽)와 이문환 케이뱅크 행장.
5일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신용대출과 전월세보증금을 합한 가계대출 누적금액이 18.8% 증가했다. 2019년 말 대출 잔액 14조8800억 원에서 2020년 상반기 17조6800억 원으로 늘어났다.
대출규모는 은행업계에서 시장규모를 정의하는 기준으로 통용된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전체 은행 대출규모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2% 정도로 미미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시중은행의 올해 상반기 기준 가계대출금 누계를 살펴보면 KB국민은행 154조1천억 원, 우리은행 122조1천억 원, 신한은행 119조4천억 원, 하나은행 117조1천억 원 등이다.
가계대출 누적금액을 비교하면 카카오뱅크는 여전히 비중이 작다. 하지만 카카오뱅크의 업력을 고려해 가계대출 금액 증가율을 비교해보면 시중은행이 결코 안심할 수 없다.
카카오뱅크는 상반기에 가계대출을 2조8천억 원이나 늘려 무려 18.8% 확대했다. 이 기간에 KB은행(6조2천억 원)은 4.2%, 우리은행(2조3천억 원)은 1.9%, 신한은행(3조6천억 원)은 3.1%, 하나은행(2조4천억 원)은 2.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뱅크가 가계대출 증가율에서 시중은행을 무서운 기세로 앞지른 셈인데 이런 추세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전문은행이 태생적으로 디지털에 강한 특성을 앞세워 대출규모를 더욱 빠르게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카카오뱅크는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모바일앱 이용자 수가 1100만을 넘어서며 은행앱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이에 힘입어 카카오뱅크에 계좌를 개설한 고객은 2019년 말 1134만 명에서 올해 6월 말 기준 1254만 명으로 늘었다. 경제활동인구의 44.3%가 카카오뱅크를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비대면사회가 앞당겨지며 디지털에 익숙한 20~30대를 넘어서 50대까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5월 이후 50대 이상의 카카오뱅크 계좌개설 비중은 신규 고객 가운데 17.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뱅크는 기업가치에서도 이미 시중은행을 보유하고 있는 금융지주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뱅크는 대출 증가에 따른 이자수익 확대 등으로 2019년부터 흑자로 전환해 올해 상반기까지 실적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지속적 성장을 위한 자본확충을 위해 올해 하반기부터는 기업공개(IPO)를 위한 실무적 준비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미 증권업계에서는 카카오뱅크의 기업가치를 5조~9조 원 사이로 예상한다.
5일 기준 금융지주사들의 시가총액을 살펴보면 KB금융지주 14조7천억 원, 신한금융지주 14조3천억 원, 하나금융지주 8조6천억 원, 우리금융지주 6조1천억 원 등이다.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와 비슷한 수준이다.
카카오뱅크뿐 아니라 케이뱅크도 최근 영업을 재개하며 인터넷전문은행의 영향력을 더욱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존 은행이 독점해왔던 가계대출 영역에 빠른 침투를 예고했다.
케이뱅크는 7월 초 가계신용대출 상품 3종을 재편하고 1년 넘게 중단했던 대출영업을 재개했다. 이에 더해 하반기에 비대면아파트담보대출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케이뱅크는 7월 한 달 동안 하루 평균유입 고객 수가 10배 늘며 여신 1700억 원, 수신 4800억 원이 늘어났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은 기술적으로 비대면으로 진행하기 어려워 인터넷전문은행이 진출하기 힘든 대출상품으로 꼽혀왔다.
케이뱅크는 기존 은행권이 보유한 아파트담보대출을 더 싼 금리로 전환해 주는 '대환대출'방식으로 비대면 아파트담보대출을 선보이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준비서류 10종과 은행에서 쓰는 서류 18종 등 복잡한 서류절차를 비대면으로 진행할 수 있게 시스템을 구축해 기존 1주일 이상 걸리는 시간을 2일로 줄인다.
기존 은행권이 보유하고 있던 737조 원에 이르는 주택담보대출시장에서도 인터넷전문은행과 전통 은행간의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인터넷전문은행시장에서는 경쟁상대이지만 은행업 전체를 두고 보면 시장을 개척해 나가는 동반자 관계를 형성할 수도 있다.
이문환 케이뱅크 행장은 5일 "금융권의 상황이 급변하고 있지만 여전히 인터넷전문은행이 은행업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다"며 "카카오뱅크가 앞서 독보적 위상 만들었지만 경쟁한다는 측면보다 인터넷전문은행 파이를 키워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종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