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포기하면서 유동성 위기를 넘기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지만 당장 유상증자 성공을 낙관하기 어렵다.
29일 제주항공에 따르면 재무구조를 안정화하기 위해 16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성공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이사.
제주항공 모회사인 AK홀딩스는 제주항공의 유상증자에 약 724억 원을 출자해 신주 발행량의 54%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모기업의 이런 적극적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제주항공의 기대대로 유상증자가 이뤄질지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도 자리잡고 있다.
신주 물량의 20%를 우선 배정받는 우리사주조합과 나머지 주주들의 참여율이 저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사주조합이 배정된 물량을 모두 채우려면 약 340억 원이 필요한데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전체 직원이 임금의 70%만 받는 유급휴직에 들어간 만큼 자금동원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
제주항공의 지분 7.75%를 보유한 2대주주인 제주도도 당초 계획했던 유상증자 자금의 절반 가량인 40억 원만 넣기로 했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항공업 전망이 좋지 않아 소액주주와 일반투자자의 호응을 이끌어내기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항공은 현재 재무상태 좋지 않아 유상증자 성공이 절실히 필요하다.
2020년 1분기 연결기준으로 제주항공의 당좌비율(당좌자산/유동부채)은 60%로 또 다른 저비용항공사 티웨이항공의 당좌비율 69.5%보다도 낮다.
일반적으로 당좌비율이 100% 미만이 되기 시작하면 1년 내에 갚아야 할 빚이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보다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해 재무 안정성에 우려가 되는 수준으로 평가한다.
모기업인 애경그룹의 사정도 좋지 않아 제주항공을 추가적으로 지원하는 데 부담을 안고 있다.
2020년 1분기 연결기준으로 애경그룹의 지주회사인 AK홀딩스의 당좌비율은 60.4%를 나타내고 있다. 여기에 총차입금 의존도도 43.1%를 보이며 2019년 말보다 5%포인트 가까이 높아졌다.
애경그룹은 화학과 항공운송, 화장품, 백화점, 부동산 등을 주요사업으로 다루고 있는데 올해 코로나19로 전방위적으로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주항공은 유상증자 성공과 유휴자산 매각을 통해 위기를 넘겠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여분의 항공기 엔진을 매각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으며 직원을 대상으로 유급휴직을 진행하는 등 다양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유상증자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재무구조를 안정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