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이 금융 빅데이터 영역에서 B2B(기업 사이 거래)사업 확장의 기회를 보고 있다.
KT는 그룹 안에 BC카드, 케이뱅크 등을 품고 있어 통신과 금융데이터의 공유와 결합 등을 통해 관련 사업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3일 정보통신(IT)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정부가 앞장서 ‘데이터경제 활성화’를 추진하면서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데이터 거래가 시작되고 있다.
올해 8월 개인정보 활용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데이터3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금융, 의료영역의 데이터산업이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은 민감한 정보로 분류돼 활용에 제약이 있었던 데이터들을 사업에 이용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구 사장은 이런 시장의 흐름을 타고 올해 하반기부터 금융데이터사업을 본격화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KT는 이미 회사의 B2B사업조직 아래 빅데이터사업부서를 따로 두고 통신, 관광, 금융 등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서비스 개발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분야는 지금까지 규제 등으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범위가 좁았다.
KT 관계자는 “KT가 은행, 카드회사, 보험회사 등과 보험료 산정, 개인신용도평가 등 부분에서 빅데이터 바탕의 서비스 개발 등을 계획해 왔지만 아직 현실화된 서비스가 많지 않다”며 “금융데이터사업은 이제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KT는 그룹 계열사에 BC카드 등 금융회사가 있는 만큼 데이터를 서로 공유해 관련 사업을 하는 데 다른 기업보다 유리한 점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KT는 우선 올해 9월 빅데이터를 비롯한 인공지능, 블록체인 관련 플랫폼들을 모두 클라우드시스템에서 이용할 수 있는 통합 플랫폼을 내놓는다.
KT는 기업대상으로 내놓는 이 통합 플랫폼에 금융을 비롯한 각 분야 데이터들을 얹어 기업이 서비스 개발 등에 활용할 수 있는 빅데이터를 제공할 계획을 세워뒀다.
KT가 데이터사업에 필요한 클라우드 등 인프라를 제공하면서 클라우드 플랫폼을 통해 금융 데이터가 필요한 고객에게는 금융 데이터를 제공하고 인공지능 기술이 필요한 고객에게는 인공지능 관련 솔루션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KT 내부적으로도 자회사 BC카드가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 대주주에 올라 불확실성 요인을 제거하면서 그룹 차원에서 금융분야 사업계획을 세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구 사장은 22일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하반기에 케이뱅크가 KT의 그룹사가 된다”며 “케이뱅크는 BC카드와 함께 KT그룹의 금융영역을 개척해나가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KT는 이미 자회사 BC카드를 통해 ‘금융데이터거래소’에도 참여하면서 금융데이터사업에 적극적 행보를 보여 왔다.
금융데이터거래소는 기업이 지닌 방대한 고객의 비식별정보 등을 가공해 사고 팔 수 있는 중계 플랫폼으로 정부의 데이터경제 활성화정책에 따라 5월 출범했다.
현재 금융데이터거래소에 참여하고 있는 카드회사는 신한카드, KB카드, 삼성카드, 롯데카드, BC카드 등이다. BC카드를 제외한 나머지 4개 카드회사는 모두 카드업계에서 5위 안에 드는 기업이다.
금융데이터산업은 정부의 디지털뉴딜정책 등으로 큰 폭의 성장이 예상되는 영역이다.
금융데이터거래소 운영기관인 금융보안원은 앞서 22일 'KDX한국데이터거래소'와 데이터 유통 및 활용 혁신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KDX한국데이터거래소는 통신, 의료, 경제, 보건, 산업, 부동산 등 유통소비 관련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데이터거래소를 운영한다.
금융위원회도 산학연이 참여하는 ‘워킹그룹’을 꾸려 디지털뉴딜에 부응해 금융분야에서 인공지능 등 정보통신기술을 더 많이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금융위원회 워킹그룹은 특히 ‘금융분야 데이터 라이브러리’ 구축 등을 통해 금융회사나 핀테크기업이 인공지능서비스 개발 등에 필요한 데이터를 원활히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