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준호 기자 junokong@businesspost.co.kr2020-07-23 13:5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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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갑주 이지스자산운용 대표이사가 '우회투기' 논란에 결국 서울 강남 아파트 리모델링사업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이지스자산운용 기업공개를 앞두고 정치권의 십자포화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부담을 크게 느낀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 조갑주 이지스자산운용 대표이사.
23일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부동산펀드를 통해 매입한 삼성월드타워 리모델링사업을 철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부동산펀드를 청산하기 위해 아파트를 이른 시일 내 이익 없이 매각하여 더 이상의 논란을 만들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올해 하반기를 목표로 기업공개(IPO)에 나선다는 목표를 세우고 내부적으로 상장절차를 밟아왔는데 예기치 못한 난관에 부딪혔다.
최근 강남의 아파트를 통째로 매입한 것을 놓고 논란이 커진 탓이다.
조 대표는 첫 상장을 준비하던 2018년에도 창업자의 사망이라는 변수에 부딪혀 한차례 상장을 미룬 적 있는 만큼 이번에는 논란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조 대표는 2014년 공동대표로 선임된 뒤 이지스자산운용을 국내 최대 부동산운용사로 키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9년 말 기준으로 이지스자산운용 지분 10.6%를 보유한 2대주주이기도 하다.
이지스자산운용은 국내 1위 부동산 자산운용사로 2019년 말 기준으로 운용자산 규모가 32조 원을 넘어섰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운용하는 한 사모펀드는 6월 중순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삼성월드타워'를 사들였다.
14층 높이의 이 건물은 46세대로 구성된 한 동짜리 아파트로 1997년 입주를 시작했다.
당초 한 개인이 소유하고 있던 건물을 이지스자산운용이 420억 원에 매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사모펀드가 부동산 규제를 피하는 우회수단을 활용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지스자산운용 측은 20일 관련 보도가 나온 직후 "다주택자로서 취득세, 보유세 및 양도차익에 대해서 이 부동산펀드도 일반 법인과 동일하게 적용받고 있다"며 "당초 4월 말까지 거래가 완료되는 것이 목표였으나 코로나19로 불가피하게 거래가 연기되었기 때문에 6.17부동산대책을 회피하고자 사모펀드를 만든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강남의 노후화된 아파트를 매입하고 리모델링을 통해 분양할 목적으로 매입했다고 밝혔다. 가격 상승을 노린 투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계속되는 해명에도 정부 핵심 관계자 등이 강경한 태도를 보이자 손실을 감수하고 사업 철회를 결정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최근 주택시장 가격이 불안정한 가운데 본래 사업 취지를 불문하고 여러 오해와 논란을 불식시키고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펀드를 청산하기로 결정했다"고 사업 철회의 배경을 설명했다.
기업공개를 앞두고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부동산 취득 과정을 두고 이미 조사가 진행되고 있어 사업 철회 결정만으로 악재가 해소됐다고 보긴 어렵다. 사업 철회 여부와 관계없이 대출규제 위반 의혹을 해소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23일 오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한 자산운용사가 펀드를 통해 강남 아파트 한 동을 통째로 매입하는 과정에서 대출 관련 규제를 어겼는지 여부가 제기되고 있다"며 "관계기관의 철저한 점검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지스자산운용은 강남 아파트 매입 과정에서 새마을금고로부터 270억 원을 대출받았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이 가운데 100억여 원이 주택담보비율(LTV) 규제를 위반했다며 실사 후 회수금액을 산정하기로 했다고 22일 밝혔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리모델링을 위한 자금을 빌린 것이기 때문에 주택담보비율 규제를 위반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주택 보유목적이 아니라 리모델링 등 사업비 800억여 원을 기준으로 시설자금대출을 받은 것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금융감독원은 이지스자산운용의 사모펀드가 대출규제를 우회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검찰조사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22일 부동산 불법투기사범 단속, 수사 및 범죄수익 환수 등을 검찰에 지시했다.
추 장관은 앞서 20일 이지스자산운용의 '삼성월드타워' 매입 보도를 두고 페이스북에 “강남 한복판에서 금융과 부동산의 로맨스가 일어나고야 말았다”며 “부동산이 투전판처럼 돌아가는 경제를 보고 도박 광풍에 법무부 장관이 팔짱 끼고 있을 수 없듯 침묵한다면 도리어 직무유기"라고 적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공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