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사이언스와 GC녹십자가 올해 하반기 4가독감백신의 수요 증가에 힘입어 실적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독감백신의 접종 필요성이 커졌고 정부의 백신 국가예방접종사업(NIP)도 4가독감백신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대표이사(왼쪽), 허은철 GC녹십자 대표이사 사장. |
20일 백신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재유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올해 가을과 겨울에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에 퍼지는 '2중 유행(Doublw Wave)'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를 근거로 백신업계는 코로나19로 의심받는 것을 피하기 위해 올해 하반기 독감백신 접종이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질병관리본부가 올해부터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사업 백신을 3가에서 4가로 바꿨다. 세계보건기구(WHO), 유럽의약품청(EMA)도 2012년부터 4가 독감백신의 접종을 권장하고 있다.
4가독감백신은 1번의 접종으로 4종류(A형 독감 2종, B형 독감 2종)의 독감 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있어 기존 3가백신(A형 독감 2종, B형 독감 1종)보다 예방범위가 넓다.
이에 따라 4가독감백신 수요가 높아져 생산업체인 SK바이오사이언스와 GC녹십자가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16년에 세포배양 방식의 4가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4가’를 세계에서 처음으로 출시했다.
올해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스카이셀플루4가도 영유아 접종이 가능하다는 허가를 받으며 모든 연령층을 상대로 독감백신 접종이 가능해졌다.
앞서 1월 세계보건기구 사전적격성평가(PQ) 인증도 획득함에 따라 유니세프(UNICEF), 범미보건기구(PAHO) 등 UN 산하기관이 주관하는 국제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도 얻어 스카이셀플루4가의 수출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범미보건기구 내 독감백신의 입찰시장 규모만 해도 2019년 기준 약 7천만 달러(814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대표는 세계보건기구 사전적격성 평가인증을 획득한 뒤 "독감 예방백신의 세계적 패러다임이 4가로 이동하고 있는 만큼 해외시장 진출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현재 국내에서 4가독감백신에 집중하고 있지만 3가독감백신이 필요한 시장이 있다면 3가독감백신의 수출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GC녹십자도 수출물량 증가가 기대된다.
GC녹십자는 2014년부터 범미보건기구에 납품하는 독감백신의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 지난해 4월 범미보건기구에 남반구 독감백신 공급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4가독감백신의 수출물량이 늘고 있다.
GC녹십자 관계자는 "개별 국가의 요청에 따라 3가와 4가독감백신의 수주물량이 달라진다"며 "최근에는 4가독감백신 수주물량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에 독감바이러스가 유행하는 3분기가 오면 녹십자는 독감백신 매출로 3분기마다 최대 실적을 내왔다”며 "코로나19로 어느 해보다 독감 예방백신의 접종 필요성이 커져 올해 3분기 녹십자의 독감백신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정도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인 아이큐비아 자료에 따르면 2019년 10월~2020년 3월 사이 국내 4가독감백신시장의 전체 규모는 450억 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SK바이오사이언스의 스카이셀플루4가가 매출 119억 원(점유율 26.3%), GC녹십자의 지씨플루쿼드리밸런트(점유율 23.6%)가 매출 106억 원을 거둔 것으로 집계됐다.
백신업계에서는 올해 코로나19에 따른 독감백신 수요가 늘어나면서 지난해보다 매출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올해 정부의 백신 국가예방접종사업(NIP)도 4가독감백신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현재 백신업계와 정부 사이 백신 공급가격을 놓고 의견 차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백신업계에서는 도즈당 1만 원대가 적정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정부는 8490원을 고수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어린이, 임산부 등을 대상으로 하는 독감백신 구매에 관한 입찰을 22일에 실시하기로 정했다. 정부는 코로나19가 재유행하기 전 1300만~1500만 명의 독감백신 접종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 백신업계 관계자는 "규모의 경제로 백신을 공급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급가가 낮다고 해서 반드시 업체가 손해를 본다고 할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