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위한 주식 매매계약(SPA)의 해제조건이 갖춰졌다고 주장하면서도 당장 해제결정을 내리지 않은 것은 정부로부터 추가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한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이사.
또 그동안 중재노력을 보여 온 정부의 의사를 존중하는 태도를 보임으로써 계약이 파기되더라도 계약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다했음을 내보이려는 뜻도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과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만나 인수합병 성사를 촉구한 적이 있다.
정부는 이스타항공 매각이 무산되면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이스타항공이 파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1600명 직원들의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해 제주항공과 이스타홀딩스에 협상타결을 요청했을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으로서는 항공업이 항공면허 취득부터 운수권과 슬롯확보, 취항 스케줄 조정까지 모든 부분에서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산업적 특성을 지닌 만큼 앞으로 항공업을 계속 꾸려나가기 위해서 먼저 계약을 깨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여기에 인수 과정에서 나타난 어려움의 책임을 계약 상대방인 이스타홀딩스에 돌림으로써 추후 있을지 모를 법적 분쟁에 대비하고 정부의 지원을 추가적으로 받기 위한 명분도 쌓으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제주항공에 이스타항공 인수 지원자금으로 170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제주항공은 경영 정상화를 이루기에 부족하다는 태도를 꾸준히 보이고 있다.
제주항공은 이날 입장자료를 통해 “15일 자정까지 이스타홀딩스가 계약의 선행조건을 완결하지 못해 계약을 해제할 수 있게 됐다”면서도 “다만 정부의 중재노력이 진행 중인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계약해제의 최종 결정과 통보시점을 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홀딩스 측에 선행조건을 완결하라는 최후통첩을 보내면서 이스타홀딩스도 기존의 공격적 자세에서 벗어나 직원에게 2개월분의 임금 반납과 관련한 동의를 요청하면서 인수와 관련해 전향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스타홀딩스 관계자는 “선행조건을 모두 마무리한 만큼 계약 완료를 위한 대화를 재개할 것을 제주항공에 요청한다”며 “이스타홀딩스는 제주항공이 추가로 요청한 미지급금 해소와 관련해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표면적으로는 이스타항공 인수와 관련해 제주항공이 계약해제조건의 충족을 들어 파국으로 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협상을 위한 시간을 남겨둠으로써 정부가 개입할 틈은 생긴 셈이 됐다.
전문가들은 이스타항공 노사가 매각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제주항공도 당장 계약파기를 하지 않은 만큼 정부가 추가적 지원을 할 수 있는 여건은 마련됐다고 바라보고 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이스타홀딩스와 제주항공이 협상과정에서 감정적 대립을 거듭해왔지만 제주항공이 계약 파기를 공식화하지 않았기 때문에 공이 정부로 넘어간 셈”이라며 “구체적으로 보자면 국토부가 산업은행 등 예산 집행과 관련된 부서를 설득하는 일이 남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