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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지난 6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 2층 다목적회의실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윤리위원회의 대면조사를 받는다는 외신보도 관련 긴급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밝히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뉴시스> |
“아름다운 도시 스위스 취리히에 가서 4년 만 살고 싶다.”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은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선거 출마를 공식화하며 이렇게 말했다. 스위스 취리히는 FIFA 본부가 있는 곳이다.
하지만 정 명예회장의 꿈은 이뤄지기 어렵게 됐다.
FIFA는 20일 스위스 법원이 FIFA 윤리위원회의 6년 자격정지 징계를 일시적으로 중단해 달라는 정 명예회장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FIFA는 내년 2월26일 차기회장 선거를 일정대로 치를 것이며 이를 위해 오는 26일 입후보자 접수를 마감한다고 밝혔다.
정 명예회장은 지난 8일 FIFA 윤리위원회로부터 자격정지 6년의 징계를 받았다. 정 명예회장은 이 결정에 반발해 스위스 법원에 징계중단을 요청했다.
그러나 스위스 법원은 FIFA 윤리위원회의 징계가 절차상 문제가 없고 정 명예회장 개인의 권리도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정 명예회장의 ‘세계 축구 대통령’ 꿈이 사실상 무산된 것이다.
정 명예회장은 “FIFA의 방해로 회장선거 후보등록 마감일인 26일까지 등록이 어려워 보인다”며 “판결문이 도착하는 대로 FIFA 제재의 부당성을 밝히기 위해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 명예회장은 부패와 뇌물스캔들로 지난 5월 물러난 제프 블라터 전 FIFA 회장의 반대편에서 개혁의 깃발을 들었고 지난 8월17일 FIFA 회장 출마를 공식선언했다.
정 명예회장은 FIFA 윤리위원회의 징계가 결정되자 큰 실망감을 나타내며 “FIFA 윤리위가 저지른 무도한 행위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FIFA 윤리위원회가 징계를 결정한 이유는 정 명예회장이 2022년 한국의 월드컵 개최 목적으로 축구기금을 조성하려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사안은 이미 2010년 문제가 없다고 결론이 난 것이어서 ‘반 블라터’파 축출을 위한 무리한 징계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정 명예회장의 FIFA 회장 도전이 좌절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다음 행보가 주목된다.
정 명예회장은 국내에서 7선 의원을 지낸 거물급 정치인이기도 하다. FIFA 회장직 도전을 공식화하기에 앞서 정 명예회장의 정계복귀설도 끊이지 않았다.
정 명예회장은 정계복귀보다 FIFA 회장선거에 전념하겠다는 뜻을 거듭 피력해 왔다. 그러나 앞으로 축구계에서 운신이 어려워질 경우 정계복귀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 명예회장은 9월 초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FIFA 회장에 당선되더라도 연임할 뜻이 없다고 밝혀 정치인으로서 재기할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정 명예회장은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에 무릎을 꿇은 뒤 국내 정치권과 거리를 뒀다.
하지만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거물급 정치인들의 출마 가능성에 대해 정치권에서 정몽준이라는 이름은 여전히 빠지지 않고 있다.
FIFA 회장 출마 선언 이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으나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정 명예회장이 20대 총선에서 정치 1번지 종로를 노릴 것이라는 관측도 많았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정 명예회장의 행보는 현재 점치기 어렵지만 FIFA 회장 도전이 어려워진 이상 전환점을 맞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