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유화학 전현직 직원들이 원자재 납품업체로부터 거액의 뒷돈을 받고 편의를 봐준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0일 입찰 과정에서 금호석유화학 직원들을 매수해 원자재를 납품한 혐의로 원자재 납품업자 박모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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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
경찰은 또 박씨에게 금품을 받고 납품 편의를 제공한 금호석유화학 본사 원료팀 직원 송모씨와 한모씨 등 4명을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했다. 금호석유화학 직원 2명은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 전 고무해외팀 출신인 박씨는 2007년부터 국내외에 유령업체 10여 개를 세운 뒤 이 업체들끼리 경쟁하는 것처럼 꾸며 10여년 동안 약 2600억 원 상당의 원자재를 금호석유화학 측에 납품했다.
박씨는 금호석유화학이 합성수지 용매제 등 부원료의 적정 납품가격을 판단하기 어려워 2곳 이상의 납품 업체가 경쟁하도록 유도한다는 점을 알고 유령업체를 여러 개 만들었다. 박씨는 2000년부터 5년 동안 금호석유화학에 근무하면서 납품과 관련된 업무를 직접 담당했다.
박씨는 또 납품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 경쟁업체의 본부장인 이모씨와 담합하기도 했다. 이모씨는 불구속 입건됐다.
박씨는 이 과정에서 금호석유화학 직원들을 매수했다.
금호석유화학 직원인 송씨 등은 박씨가 운영하는 업체가 한 명이 소유한 유령업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묵인해줬으며 경쟁업체와 담합한 사실도 묵인해줬다.
금호석유화학 여수와 울산 고무공장의 품질테스트 담당자들도 신속하게 품질검사 결과를 내 주거나 다른 업체가 요구하는 검사를 지연하는 등의 수법으로 박씨의 납품을 도왔다.
금호석유화학 원료팀과 품질보증팀 직원 6명이 박씨에게 받은 금액은 모두 25억 원 수준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부원료는 주원료와 달리 여러 품목을 소액으로 구매하고 공시된 가격이 없어 얼마에 사는 것이 적정한지 판단하기가 어렵다”며 “원료팀과 품질보증팀의 담당자가 모두 매수돼 결과적으로 선량한 납품업체가 참여하지 못하는 피해를 봤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오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