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행사들이 여행 예능프로그램에 목을 매고 있다. 국내 여행사들이 여행 예능프로그램에 나온 코스대로 일정을 짠 여행상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여행 예능프로그램과 연계한 패키지상품을 통해 자체적으로 상품을 개발하는 것보다 손쉽게 매출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여행사들은 여행 예능프로그램 인기가 높아질수록 여행 예능프로그램 제작을 지원하는 등 마케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 여행사, 여행 예능프로그램 의존도 점점 높아져
18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일본 전문여행사인 ‘재패니안’은 최근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출연자들이 갔던 길 그대로 떠나는 ‘오호츠크해 유빙체험’이라는 여행상품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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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출연자들이 지난 5월 태국 포상휴가편 여행을 떠나기 전 인천국제공항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여행사는 "무도 멤버들처럼 열차 안 난로에서 오징어를 구워먹고 멤버들이 역사에 남겨놓은 메시지도 확인할 수 있다"고 홍보한다.
국내 13개 여행사들은 올해 상반기 ‘중남미 페루 완전정복’ 등의 패키지상품을 앞다퉈 내놓았다.
올해 2월 tvN예능프로그램 ‘꽃보다 청춘’에서 남미 페루편이 방영되자 중남미여행을 문의하는 고객들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중국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국내 여행상품도 예외는 아니다.
노량진 수산시장은 여행사들이 패키지상품을 짤 때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꼭 보여줘야 하는 ‘필수코스’가 됐다. 중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한류 예능프로그램 1위인 ‘런닝맨’에 노량진 수산시장이 나와 화제가 됐기 때문이다.
여행사들이 여행상품에 여행 예능프로그램 소개를 엮어 판매하는 일도 점점 늘고 있다. 이렇게 하면 고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어내 단기간에 실적을 끌어올리기가 쉽기 때문이다.
인터파크투어는 지난 3월부터 4월까지 그리스 예약고객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0% 이상 늘었다. ‘꽃보다 할배 시즌3 그리스편’이 4주 연속 케이블방송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하며 인기를 모은 덕분이다.
여행사들이 여행 예능프로그램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하나투어는 지난 7월 ‘무한도전’의 태국 방콕 포상휴가 촬영편 출연자와 스태프 63명의 항공료와 숙박비 등으로 1억4천만 원을 지원했다.
그러면서 하나투어는 전체 비용의 절반 이상인 8천만 원을 영세한 태국 현지 여행사 5곳과 분담한 것으로 알려져 ‘갑 횡포’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여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여행사들이 국내뿐 아니라 중국인 고객들도 여행 예능프로그램에 나온 관광지를 선호하고 있어 그 힘을 실감하고 있다”며 “여행사는 저마다 여행 예능프로그램 제작에 비용을 대거 지원해 패키지상품 홍보에 활용하려 한다”고 말했다.
◆ 여행 예능프로그램 전성시대
여행사들이 여행 예능프로그램 인기에 편승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만큼 여행 예능프로그램의 인기가 뜨겁기 때문이다.
여행 예능프로그램은 ‘꽃보다 할배’가 2013년 처음 방송된 뒤 요리 예능프로그램인 ‘쿡방’에 밀려 주춤하다 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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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N이 8월 공식 페이스북에 올린 예능프로그램 '신서유기' 촬영사진. |
tvN이 제작한 ‘신서유기’는 지상파TV가 아닌 웹TV로 방영된 뒤 10월 중순 누적 재생이 5천만 건을 돌파했다.
신서유기는 중국 고전인 ‘서유기’를 재해석해 여행과 게임쇼를 결합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 시안이라는 관광지와 역사를 담아내 국내뿐 아니라 중국 시청자들의 눈길도 끌었다.
여행 예능프로그램은 중국, 유럽, 미국 등 다양한 나라를 소개하고 있어 국내는 물론 이고 세계에 ‘한류 콘텐츠’를 확대한다는 장점도 있다.
이는 국내 여행사들이 그만큼 여행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글로벌 고객층을 모아 매출을 늘릴 가능성도 크다는 점을 의미한다.
‘꽃보다 할배 시리즈’는 지금까지 중국과 유럽 미국을 비롯해 10개국에 프로그램 포맷 형태로 수출됐다. 이는 국내 예능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많은 나라에 수출한 기록이다.
나영석 PD는 “때론 보편적 주제가 웃음을 만든다”며 “세계 현대인들은 점점 바쁘게 살아가면서 스트레스가 많아져 쉬고 싶어 하는 욕구도 커졌다”고 인기요인을 설명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