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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현 CJ그룹 회장. |
CJ그룹이 공격경영으로 달라지고 있다.
CJ그룹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기지개를 켜고 있다. CJ그룹은 대규모 채용과 투자계획도 내놓았다.
CJ그룹은 이재현 회장이 2013년 7월1일 횡령과 배임 혐의로 구속 수감된 뒤 800여 일 넘게 오너경영 공백상황을 이어왔다.
CJ그룹은 이 회장의 경영공백이 장기화하면서 줄곧 전문경영인만으로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기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하지만 이 회장이 지난달 10일 대법원에서 항소심 판결에 대한 파기환송 결정을 받으면서 CJ그룹은 사뭇 달라진 모습을 보인다.
CJ그룹의 이런 변화를 놓고 이 회장의 경영복귀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CJ그룹은 이 회장의 강력한 오너 리더십을 바탕으로 공격적 인수합병과 대규모 투자를 통해 성장해 왔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어서 최근의 CJ그룹의 행보는 더욱 주목된다.
◆ CJ 코웨이 인수전 참여, 이재현 인수합병 DNA 꿈틀
CJ는 최근 코웨이 매각 예비입찰에 뛰어들었다. CJ는 CJ그룹의 지주회사다. 이번 코웨이 인수전에 예비입찰 의향서를 제출한 국내기업은 CJ가 유일하다.
CJ는 글로벌사모펀드(PEF)와 어피너티에퀴티파트너스, 칼라일, 복수의 중국계 기업 등을 상대로 경쟁하게 된다.
SK그룹과 LG그룹, 롯데그룹 등도 계열사들을 통해 코웨이 인수후보로 나설 것으로 점쳐졌으나 막상 예비입찰에 뛰어들지 않았다. 하지만 코웨이 매각은 ‘프라이빗 딜’로 진행되는 만큼 예비입찰에 나서지 않았더라도 앞으로 진행될 본입찰에 뛰어들 수 있다.
코웨이 매각금액은 최대 3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초대형 매물이다. 국내 렌탈기업 1위인 데다 3천억~4천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매력적 매물이다.
게다가 인수경쟁이 달아오르면 매각가가 치솟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CJ의 코웨이 인수전 참여는 최근 CJ그룹의 인수합병 행보에 비춰볼 때 의미심장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CJ그룹은 이 회장의 경영공백이 장기화하면서 인수합병 시장에서 소극적 모습을 보였고 이 때문에 실패하는 일도 적지 않았다.
CJ대한통운은 2013년 미국과 인도 물류업체 인수를 추진했다가 중단했다. 또 올해 초 싱가포르 물류업체 APL로지스틱스 인수에 나섰다가 일본기업에 밀려 쓴맛을 봤다.
CJ제일제당도 베트남과 중국 바이오공장 인수를 검토했다가 중단했으며 올해 CJCGV는 인도 극장기업 2곳의 인수에 나섰다가 역시 실패했다.
CJ가 조 단위 매물인 코웨이 인수전에 참여한 사실이 예사롭지 않은 이유다. CJ그룹이 올해 들어 인수합병에 성공한 경우는 CJ대한통운이 중국 물류회사인 룽칭 물류를 4500억 원가량에 사들인 정도다.
CJ그룹은 그동안 오너가 경영에 참여하지 못해 대규모 투자에 나서지 못했다고 호소해 온 만큼 코웨이 인수전 참여는 사실상 이 회장의 경영복귀를 염두에 둔 신호탄으로 해석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조 단위의 초대형 매물 인수는 오너가 아니면 결정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CJ그룹 관계자는 “회사 입장에서 장기적으로 규모를 키워야 하니까 시너지가 있다고 생각되는 부분에 대해 인수합병에 뛰어들 의지를 지니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코웨이는 국내 정수기시장의 45%, 공기청정기시장의 34%를 점유한 렌탈 전문기업이다. CJ그룹의 주력인 물류나 문화산업, 식품사업과 연관성이 크게 떨어진다.
이 때문에 CJ가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코웨이 인수전에 뛰어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CJ가 코웨이를 품에 안을 경우 CJ그룹의 사업영토는 더욱 넓어지게 된다.
코웨이의 현금 동원력도 관심 대상이다. 렌탈사업은 자금회전이 빠르다. 업계 관계자는 “코웨이는 차입금이 거의 없고 영업이익률이 높다”며 “CJ그룹이 코웨이 인수에 성공하면 막대한 캐시카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J그룹은 코웨이 외에도 인수합병시장에서 곳곳에 얼굴을 내밀고 있다.
CJ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CJ제일제당은 국내 종자시장 1위 기업인 동부팜한농의 매각 예비입찰에 참여해 LG화학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CJ푸드빌도 해외 네트워킹 역량이 충분한 식음료(F&B)기업을 인수합병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CJ가 렌탈사업의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코웨이 예비입찰에 뛰어들었다는 관측도 나온다. CJ그룹의 현금 동원력으로 볼 때 전방위적 인수합병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투자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보수집을 위해 예비입찰에 참가하는 일은 인수합병시장에서 흔하다”며 “그러나 CJ그룹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데 기지개를 켰다는 점은 어쨌든 의미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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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현 CJ그룹 회장. |
◆ 이재현 경영복귀 가능성 대비하나
이 회장이 구속 수감되기 전만해도 CJ그룹은 2010년 1조3200억 원, 2011년 1조7천억 원, 2012년 2조9천억 원 등 해마다 투자를 크게 늘려 왔다.
하지만 CJ그룹은 지난해 2조4천억 원의 투자계획을 밝혔으나 막상 79% 수준인 1조9천억 원을 집행하는 데 그쳤다.
CJ그룹은 이 회장 사건에 대해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이 나온 직후 대규모 채용과 투자계획을 내놓았다. CJ그룹은 올해 4천 명을 포함해 앞으로 3년 동안 총 1만4천 명의 정규직 신입사원을 뽑겠다고 밝혔다.
CJ그룹은 “정부가 추진하는 청년고용 절벽 해소에 적극 동참하기 위해 채용규모를 확대했다”고 강조했다.
CJ그룹은 문화사업에 대한 투자도 2020년까지 약 10조 원을 추가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대규모 투자와 채용계획 발표에 대해 이 회장이 대법원 판결을 받으면서 집행유예로 풀려날 가능성이 높아지자 CJ그룹이 우호적 분위기 조성에 나선 것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CJ그룹은 대내적으로 이 회장의 경영복귀 준비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J그룹 내부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에 따르면 CJ그룹은 삼성그룹의 미래전략실 같은 조직을 만들고 인재영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이 회장이 자유를 얻더라도 건강에 어려움을 안게 되는 만큼 이 회장의 그룹 지휘를 지원할 조직을 강력히 구축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현 회장이 건강을 회복할 때까지 대외행보에 나서기 어려운 만큼 전략기획실 같은 손발이 되어 줄 조직을 활용해 경영에 나서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CJ그룹 관계자는 "미래전략실 같은 조직을 만드는 작업은 추진하고 있지 않다"고 부인했다.
CJ그룹은 계열사별로 사업전략을 짜고 실행하고 있으나 그룹 전체의 밑그림을 그리는 업무를 총괄하는 별도 조직이 없다. 지주회사 CJ가 이런 역할을 부분적으로 수행하고 있을 뿐이다.
이 회장의 경영공백이 시작되면서 CJ그룹은 손경식 회장, 이미경 부회장, 김철하 CJ제일제당 사장 등이 참여한 그룹경영위원회를 발족해 대응해 왔다.
◆ 이재현, 파기환송심 재판 어떻게 되나
이 회장은 지난달 10일 대법원 상고심에서 징역 3년, 벌금 252억 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서울고등법원에 파기환송 결정을 받았다.
대법원은 이 회장의 배임액 산정에 오류가 있다고 보고 서울고법에 사건을 돌려보냈다. 다만 이 회장이 회삿돈 115억 원을 횡령한 혐의와 251억 원의 조세포탈 혐의는 항소심과 마찬가지로 유죄를 인정했다.
이 회장은 1심이 진행 중이던 2013년 8월 만성 신부전증으로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얻어낸 뒤 신장이식수술을 받았고 이후 건강악화를 이유로 수차례 구속집행정지 기간을 연장했다.
이 회장의 구속집행정지 기간은 11월21일까지다. 이 회장은 이 기간 안에 파기환송심 재판이 진행되면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된다.
재계 관계자들은 이 회장이 집행유예 선고를 받아 풀려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치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지난해 2월 대법원에서 400억여 원의 배임액을 다시 산정하라는 판결을 받은 뒤 파기환송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풀려난 전례가 있다.
대법원이 특경가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봤기 때문에 검찰은 파기 환송심에서 업무상 배임혐의를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 배임액수 역시 줄어들게 되면 집행유예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이 파기환송심에서도 실형 선고를 받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하지만 최근 CJ그룹 관계자들은 이 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것을 기정사실로 놓고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