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에프앤아이가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지원에 힘입어 부실채권(NPL) 투자를 늘리고 있다.
하나에프앤아이는 부실채권을 할인된 가격으로 사들인 뒤 담보 등을 매각해 투자수익을 거두는 회사다.
26일 하나에프앤아이에 따르면 영업자산 증가에 맞춰 투자여력을 확보하기 위해 하반기 유상증자를 검토하고 있다.
하나에프앤아이는 지난해 말 하나금융지주 자회사로 편입된 뒤 부실채권(NPL) 투자규모를 빠르게 늘리고 있는 만큼 유상증자를 통해 재무 건전성을 높이면 그만큼 부실채권 투자를 늘리는 데 탄력을 받을 수 있다.
하나에프앤아이가 레버리지비율을 2014년 말 기준 14.7배에서 2020년 1분기 기준 5.7배로 낮출 수 있었던 것도 꾸준한 자본확충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레버리지비율은 자기자본 대비 총자산 비율이다.
부실채권(NPL)은 부실대출금과 부실지급보증액을 합친 것으로 자산 건전성 분류기준에 따른 여신 분류 가운데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에 해당하는 여신을 뜻한다. 보통 3개월 이상 연체된 여신을 고정이하 여신으로 분류한다.
하나에프앤아이는 부실채권 투자자산은 2020년 1분기 기준 8952억 원이다. 2017년 말 5천억 원에서 2018년 말 7572억 원, 2019년 말 8522억 원으로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에 4326억 원을 투자해 신규 투자금액 기준 시장 점유율 1위(39.3%)를 차지했다.
국내 부실채권시장은 연합자산관리(유암코)와 대신에프앤아이가 약 60%를 차지한 과점시장인데 하나에프앤아이는 2016년 약 4%에 불과했던 점유율을 2019년 말 12.8%로 끌어올렸다.
한국기업평가는 “하나금융지주이 비은행부문 비중을 늘리려는 유인과 그동안 이뤄진 지원 등을 고려할 때 하나에프앤아이가 현재 투자규모를 유지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지난해 말 손자회사였던 하나에프앤아이를 하나금융지주 자회사로 편입했는데 이는 비은행부문 강화전략과 맞닿아 있다.
하나에프앤아이가 2년 연속 순이익 100억 원을 내며 알짜회사로 거듭난 만큼 김 회장이 지주 차원에서 하나에프앤아이의 성장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하나에프앤아이를 자회사로 편입하며 “국내외 자산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역량을 확보하고 비은행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2025년까지 지주의 비은행부문 이익 비중을 30%까지 확대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하나에프앤아이가 하나금융지주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신사업을 추진할 길도 열렸다.
하나에프앤아이는 올해 초 기업 구조조정투자를 전담하는 팀을 만들고 기업 구조조정투자를 준비하고 있다.
기업 구조정투자는 부실한 기업을 인수한 뒤 구조조정을 통해 정상화하고 기업가치를 높여 매각차익을 거두는 것을 뜻한다.
하나에프앤아이가 하나금융지주의 손자회사였을 때는 부실기업 투자 목적의 사모투자펀드(PEF)를 세울 수 없어 기업 구조조정투자를 할 수 없었다.
부실채권시장은 ‘불황을 먹고 사는 시장’으로 불리는 만큼 코로나19 부실채권 투자기회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에프앤아이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은행의 건전성 규제를 강화하면서 은행들이 자산 건전성 지표를 충족하기 위해 부실채권을 외부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정리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고두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