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최근 잇따라 벌어진 사모펀드 투자자 피해사태에 대응해 금융감독원을 통한 사모펀드 전수조사를 추진하고 관리감독업무도 대폭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은 위원장은 그동안 금감원 인력과 예산확충을 두고 부정적 시각을 보여왔지만 지금 상태로는 조사역량에 한계가 분명한 만큼 금감원 조직 강화에 적극적으로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높아졌다.
24일 금융위에 따르면 사모펀드시장에 관련한 제도 개선과 관리감독 강화방안이 금융회사 및 금감원 등 유관기관과 꾸준히 논의되고 있다.
은 위원장은 23일 스타트업 전시회 '넥스트라이즈' 행사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금감원과 협의해 사모펀드 전수조사 등 추가 대책을 검토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지난해 라임자산운용 펀드에 이어 올해 이탈리아 헬스케어펀드와 독일 부동산펀드,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와 디스커버리펀드 등이 환매중단 상태에 놓여 투자자 피해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은 위원장은 이런 사태가 벌어진 배경으로 금감원 관리감독업무가 미흡했다는 점을 꼽았다.
금감원이 지난해 말부터 사모펀드 전수조사를 추진해 왔지만 결국 2개월에 걸쳐 52개 사모펀드 운용사를 서면조사 방식으로 검사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약 1만4천여 개로 추정되는 국내 사모펀드 전체를 전수조사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은 위원장도 "금감원이 코로나19 지원업무 등으로 어려운 상황이라 현실적으로 현재 조직에서 이런 조사를 진행할 수 있는지 협의를 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은 위원장은 10년에 이르는 시간이 걸린다고 해도 모든 사모펀드를 한 차례씩 점검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며 전수조사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금감원은 올해 초 조직개편을 통해 금융소비자 보호조직을 확대하는 등 관리감독기능 강화를 추진했지만 은 위원장이 요구하는 수준까지 역량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이미 지난해부터 금감원 인력 부족 등 문제로 기존에 계획하고 있던 금융회사 종합검사나 라임자산운용 사태 현장조사가 미뤄진 사례가 있고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있기 때문이다.
은 위원장은 사모펀드뿐 아니라 P2P금융과 크라우드펀딩 관련된 기업, 자본시장 주가조작 문제와 보이스피싱 등 금융범죄 예방에도 금감원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결국 은 위원장이 올해부터 금감원 예산과 인력 확충에 적극적으로 힘을 실어주며 관리감독 역량 강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감원 예산안과 인사 변동은 해마다 연말에 열리는 금융위 정례회의 심사를 통해 결정된다.
금감원은 업무역량을 키우기 위해 인력을 보강하고 예산을 늘려야 한다는 요구를 꾸준히 내놓고 있지만 금융위는 2017년 이후 금감원 예산을 사실상 동결에 가까운 상태로 유지하고 있다.
은 위원장은 지난해 취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금감원 인력 확충 계획과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인력 부족이 일시적으로 겪는 상태에 불과할 수 있다며 부정적 시각을 보이기도 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말 국정감사에서 금감원이 예산과 인사권을 금융위에서 모두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으며 금감원 인력과 예산확충을 강력하게 요구해 왔다.
은 위원장이 이번에는 금감원 관리감독 업무 강화에 적극적으로 의지를 보였고 현재 금감원이 겪고 있는 어려움도 인정한 만큼 상황이 달라질 공산이 크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 위원장이 거론한 금감원 조사업무 등 계획과 관련해 언급하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정부도 보이스피싱과 같은 금융범죄 예방 및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금감원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금감원 예산 확충 계획과 관련해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