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동부익스프레스 인수를 계속 추진할까?
동부익스프레스 인수를 놓고 정지선 회장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물류회사 인수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굳이 동부익스프레스를 고집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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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
14일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그룹은 최근 본입찰에서 제시한 인수가격을 올리지 않기로 방침을 정하고 매각주관사에 이를 통보했다.
이에 앞서 동부익스프레스를 보유한 KTBPE는 현대백화점에 가격을 올려줄 것을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KTBPE는 당초 동부익스프레스 매각가로 7천억 원을 희망했다.
현대백화점과 현대홈쇼핑은 9월 컨소시엄을 구성해 동부익스프레스 본입찰에 참여했다. 당시 현대백화점 측은 4700억 원을 제시했다.
현대백화점 측은 이 가격이 동부익스프레스의 가치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책정한 가격인 만큼 더 높은 가격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업계는 정 회장이 가격을 올리면서 동부익스프레스를 인수할 정도로 인수가 절실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주력인 유통사업이 현재 성장정체를 맞아 새로온 성장동력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지만 꼭 동부익스프레스를 인수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9월 홍콩계 사모투자펀드인 베어링PE에 로젠택배 인수 의사를 타진하기도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백화점의 현금흐름이 양호하기 때문에 앞으로 언제든 인수합병을 새로 시도할 수 있을 것”이라며 "물류회사는 물론이고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인수합병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 회장 입장에서 동부익스프레스가 놓치기 아까운 매물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 회장이 이번에 동부익스프레스를 놓칠 경우 물류센터와 항만 등을 보유한 국내 3위 종합 물류회사를 놓치게 되는 데다 다른 경쟁사들이 다시 물류회사에 눈독을 들일 가능성도 높다.
신세계그룹은 동부익스프레스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동부익스프레스가 보유한 서울고속터미널 지분에 관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당분간 대형 물류회사가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매우 낮다”며 “현대백화점 입장에서 거의 손에 들어온 동부익스프레스를 쉽게 포기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해까지 협력관계를 유지해왔던 현대로지스틱스가 롯데그룹에 넘어가면서 유무형의 손실을 입기도 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백화점, 홈쇼핑, 식자재회사 등을 보유하고 있지만 물류회사는 보유하고 있지 않다. 현대백화점그룹이 연간 물류비로 지출하는 금액만 1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현대백화점이 가격을 올리지 않는 대신 다른 방식으로 양보안을 내놓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현재 인수전이 진행 중인 만큼 현대백화점그룹이 최선을 다해 KTBPE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