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이 노사관계를 정립해야 하는 시험대에 올라 있다.
이 사장은 수익성이 부진한 LCD(액정 디스플레이)사업을 구조조정하면서 새로운 디스플레이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순조로운 이행을 위해서도 정상적 노사관계의 안착은 필요하다.
5일 삼성디스플레이 노조에 따르면 11일 충남 아산에서 사용자 쪽과 3차 협상에 들어가지만 아직 협상내용은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2차 협상을 통해 사용자 쪽에서 협상에 참여하는 노조원의 근태 8시간을 인정한 것이 전부다.
노조는 LCD사업 구조조정에 따른 고용 안정이나 임금 인상을 요구하기에 앞서 기본적으로 회사에서 노조가 활동할 여건이 보장돼야 한다고 본다.
삼성디스플레이 노조 관계자는 “현재 노조 모집, 사무실 마련, 플랜카드 설치 등 기본적 활동에도 동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노조 활동이 먼저 보장돼야 이후 단체협약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노조에서는 이 사장이 직접 나와 협상에 속도를 내기를 바라고 있다. 노사의 첫 번째 만남에서는 김범동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이 참석했지만 이후에는 김 부사장도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르면 노조나 사용자 쪽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사람은 대신 협상에 나설 수 있다. 이 사장이 굳이 참석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삼성디스플레이가 역사상 처음으로 노사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을 놓고 보면 이 사장의 참석은 건강한 노사문화 정립을 위해 노력한다는 선언적 의미도 있다.
이 사장은 LCD사업 구조조정, QD(퀀텀닷)디스플레이 도입 등을 사업구조 개편을 추진하고 있는데 노조가 설립된 만큼 노조의 협조는 필수적이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 노조는 중소형·대형 디스플레이사업부를 합쳐 2천여 명 조합원을 확보해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 노조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중국 정부 지원까지 받는 중국 경쟁사들을 상대로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부진한 사업을 정리하고 새 디스플레이로 넘어가야 한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업체들이 중국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보조금을 등에 업고 계속해서 공격적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며 “중국이 쉽게 올라오지 못하는 견고한 성과 폭 넓은 해자를 구축하는 것만이 해법이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 삼성디스플레이 노사가 3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 회의실에서 2차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 사장이 새로운 노사관계의 첫 시작을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에 따라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쟁력이 달라질 수도 있는 셈이다.
삼성그룹 차원에서도 최근에는 ‘노사상생’에 노력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5월6일 “노사관계 법령을 철저히 준수하고 노동3권을 확실히 보장하겠다”며 “노사화합과 상생을 도모하겠다”고 약속했다.
삼성 준법감시위도 4일 삼성그룹 전반적으로 노조활동 보장에 관한 구체적 실천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삼성디스플레이 사용자측은 최근의 변화된 흐름과 삼성디스플레이 노조의 요구사항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해 앞으로 전향적으로 협상을 이어간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