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의 21대 국회에서 의석 수는 지역구 1석, 비례대표 5석으로 모두 6석이다. 20대 국회 때 6석과 의석 수 차이는 없지만 영향력은 크게 떨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청와대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를 초청해 오찬 회동은 연 것은 정의당의 원내 위상이 예전과 다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라는 정치권의 시각이 있다.
배 원내대표도 29일 BBS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문 대통령이 민주당과 통합당 원내대표를 초청한 일을 놓고 “당연히 서운하다”며 “우선 교섭단체만 먼저 청와대와 자리를 마련한다는 것은 21대 국회를 더욱 더 협치의 국회 또 생산적 국회로 만드는 부분에서 정의당 입장에서 약간 실망스럽다는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20대 국회 때 더불어민주당은 1당을 차지하기는 했지만 의석 수가 123석에 불과해 정의당 등 소수정당과 연대에 힘을 쏟았다.
민주당은 지난해 검찰개혁 법안 등 주요 개혁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정의당을 비롯해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등과 연대한 ‘4+1협의체’를 가동하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4·15 총선을 통해 안정적으로 과반을 웃도는 177석을 확보하면서 정의당을 비롯한 소수정당은 이른바 ‘캐스팅 보터’로서 역할을 할 수 없게 됐다.
의석 수에 따른 영향력이 줄어든 것보다 더 배 원내대표를 고심하게 만드는 것은 정의당이 거대 양당과 차별화된 목소리를 내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이다.
정의당으로서는 거대 양당의 국정운영 주도권 대결에 뛰어들기보다 진보정당으로서 정체성을 지키면서 여론의 지지를 받을 만한 정책을 꾸준히 내놓는 것이 의석 수 이상의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는 이상적 방법이다.
이상일 캐이스탯컨설팅 소장도 14일 열린 ‘21대 총선 평가와 정의당의 과제’ 토론에서 “연동형비례, 위성정당 공격, 민주당 협치 요구, 문재인 정부 지원 약속 같은 정치언어만 나열해 스스로 만든 가치와 비전을 외면했다”며 “‘선명한 진보적 가치’ 메시지 정치를 복원하는 것이 정의당의 1차 과제”라고 바라봤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국난 극복이 국가적 과제로 떠오르면서 정부와 민주당이 주도하는 국가적 차원의 방역 및 경제회생대책에 여론이 힘을 실어주고 있어 정의당이 민주당과 차별화를 시도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게다가 민주당은 전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원하거나 고용보험 확대를 추진하는 등 정의당이 주장할 법한 대책들을 과감히 내놓고 있다.
정의당으로서는 민주당이 내놓는 정책에 찬성하거나 반대한다는 의견을 내놓는 것 외에 민주당과 차별화된 정책을 내놓을 여지가 더욱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특히 올해 하반기부터 정치권이 대선국면에 접어든다는 점도 정의당에는 불리할 수 있다.
총선 참패 뒤 당을 제대로 추스리기도 전에 대선판이 펼쳐져 여야 대선주자들에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면 정의당의 존재감은 더욱 작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배 원내대표 역시 정치지형 변화에 따른 정의당의 처지를 놓고 고민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그는 20일 YTN라디오 ‘이동형의 정면승부’에 출연해 민주당과 관계 설정을 묻는 질문에 “전통적으로 민주대열이라고 하는 것은 이번 총선을 통해서 그런 시대는 끝났다고 하는 것이 정의당의 판단”이라며 홀로서기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내비쳤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