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준 한국동서발전 사장이 실적 개선을 통해 마련한 재원으로 발전설비 국산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박 사장은 발전설비의 국산화로 수익성을 더욱 높이고 중소기업의 참여를 보장해 공공기관으로서 공공성도 강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21일 동서발전에 따르면 발전용 핵심설비 가스터빈을 시작으로 국산화 투자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실행되고 있다.
동서발전은 가스터빈 핵심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 6곳과 손잡고 효율이 높아 글로벌 시장에서 수요가 많은 1300도(F급) 가스터빈을 개발에 최근 착수했다.
이전까지 외국 제조사가 가스터빈 원천기술을 공개하지 않아 설비가 고장이 났을 때 정비시간이 장기간 소요되고 비용도 많이 들었다.
이에 동서발전은 핵심 가스터빈 장비의 국산화로 정비비용 절감효과와 함께 국내외 판로 개척을 통해 약 150억 원 정도의 추가 매출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 사장은 발전설비 국산화가 동서발전의 수익성 개선 흐름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바라봤다.
박 사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동서발전은 2014년부터 일산 화력발전소의 가스터빈 5호기의 국산화를 추진해 정비비용을 110억 정도를 절감하기도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동서발전은 지난해 실적 개선을 통해 마련한 자금을 바탕으로 발전설비 국산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동서발전은 신규 발전소의 운전 등에 힘입어 영업이익을 2018년 560억 원에서 2019년 1256억 원으로 끌어올렸다. 2019년 순이익도 566억 원을 내 2018년 33억 원보다 1595% 늘었다.
동서발전은 이를 바탕으로 가스터빈뿐 아니라 탈황장비, 풍력발전기 부품 등의 국산화를 올해 착수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박 사장은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해외 의존도가 높은 발전 핵심설비에 국산화 필요성이 높아지자 전담 태스크포스를 만들고 국산화 로드맵을 지난해 11월 수립했다.
외국산 설비 품목 3489개 가운데 설비가 폐지돼 개발 필요성이 없거나 제품 수요가 없는 품목을 제외한 2534개를 국산화 대상으로 선정했다.
우선 2024년까지 716억 원을 연구개발비용으로 투자해 1760개의 부품을 국산화하여 현재 80% 수준의 국산화율을 9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동서발전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2025년 이후에도 국산화작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서발전이 국산화작업에 중소기업을 활발하게 참여시키는 것은 동반성장과 함께 국산화 속도를 한층 빠르게 앞당긴다는 목적도 지니고 있다.
박 사장은 지난해 한 중소기업이 발전기의 핵심 부품을 개발하고도 실제 현장에 적용한 실적이 없어 제품을 판매하지 못하는 것을 알게 된 뒤 해당 제품을 일산 화력발전소에 시험적으로 설치하기도 했다.
올해 4월에는 중소기업의 발전설비 국산화를 지원하기 위해 중소기업이 개발한 기자재를 동서발전의 발전소에서 직접 시험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 사업’을 진행했다.
박 사장은 언론 기고를 통해 “공공기관이 솔선수범해 중소기업의 기술자립 기반을 조성하는 마중물 역할을 한다면 국산화를 통해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기술강국으로 가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