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따른 언택트(비대면) 바람은 일시적 트렌드가 아닌 넥스트 노멀(새로운 표준)이 됐다. 지금이 디지털혁신의 골든타임이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디지털혁신위원회를 신설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손 회장이 디지털혁신을 우리금융그룹 내 최우선으로 내세우면서 시간과 비용을 줄이기 위해 핀테크기업 인수합병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18일 우리금융지주에 따르면 손 회장이 디지털혁신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그룹 전체 차원에서 디지털혁신을 직접 챙긴다.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등 다른 금융지주사들도 이미 디지털화에 속도 내고 있어 우리금융지주의 디지털혁신위원회 출범이 이례적 행보는 아니다.
다만 손 회장이 직접 디지털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만큼 디지털화 추격에 고삐를 죄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금융지주보다 앞서 위원회 설립을 통해 디지털화를 진행하고 있는 KB금융지주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아닌
허인 KB국민은행장이 부문장을 맡아 디지털화를 추진하고 있다.
디지털화가 금융업계에 공통 화두로 떠오르며 대부분 금융지주사가 디지털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이미 2018년부터 디지털 전환(포메이션)에 속도를 내 올해 마이데이터 사업 시범사업을 진행하는 등 디지털사업 구체화 단계에 들어섰다. 하나금융지주도 최근 인수합병에 성공한 더케이손해보험을 디지털보험사로 키우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손 회장이 그룹 차원에서 디지털화를 1순위로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앞으로 핀테크기업 인수합병에 공을 들일 가능성이 커보인다.
금융권 디지털화는 비용과 시간이 관건인데 효율적 디지털화 방식으로 핀테크기업과 인수합병 및 제휴가 꼽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은행과 핀테크기업이 협력하면 은행은 디지털 전환 등에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다. 핀테크기업은 자본력과 리스크관리 경험 등을 활용해 금융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등 시너지 효과가 큰 것으로 분석됐다.
손 회장은 2019년 4월부터 핀테크기업 협력 프로그램인 '디노랩'을 운영하는 등 핀테크기업을 지원해왔다. 디노랩은 핀테크기업에 사무공간과 경영컨설팅, 투자 등을 지원하고 금융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 클라우드 개발환경 등을 제공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디노랩을 통해 2019년 기준 누적 매출 247억 원, 업무협약 등 관련협약 115건 체결, 투자유치 95억 원 등의 성과를 냈다.
올해 처음 도입된 우리금융그룹 사내벤처제도를 통해 선발된 세 개 팀도 디노랩 통합센터에 입주하는 등 핀테크기업과 우리금융그룹 사이 협력 강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디지털혁신위원회에도 20명 내외로 조직된 혁신 조직인 블루팀을 포함해 핀테크기업과 연계를 더 확대해갈 것으로 보인다. 블루팀은 핀테크기업과 협업을 통한 혁신 금융서비스 과제 발굴과 제안 업무를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손 회장은 15일 디지털혁신위원회를 신설하면서 핀테크기업과 협업 강화와 우리원(WON)뱅킹 경쟁력 강화, 오픈뱅킹 서비스 강화, 디지털 자산관리 고도화 등 디지털혁신 10대 과제를 선정했다.
핀테크기업을 직접 인수하거나 다른 업종과 적극적 디지털 협업을 추진하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핀테크기업 인수합병과 관련해 디노랩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뿐 아니라 대상을 열어두고 살펴보고 있다"며 "디지털혁신 업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부족한 부분을 핀테크기업 인수합병과 제휴를 통해 채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종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