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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클 벨리에' 선전, 소리를 지운 음악영화의 감동

김수정 기자 hallow21@businesspost.co.kr 2015-09-18 18: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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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라클 벨리에' 선전, 소리를 지운 음악영화의 감동  
▲ 영화 '미라클 벨리에' 스틸 이미지.

국내 극장가는 ‘대박 아니면 쪽박’ 현상이 갈수록 두드러지고 있다. 올해 1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가 2편이나 탄생한 여름 극장가는 특히 그랬다.

한국영화 ‘암살’과 ‘베테랑’, 외화 ‘미션 임파서블4’를 제외하면 숱한 영화들이 존재감을 남기지 못한 채 스크린에서 사라졌다.

하물며 저예산 다양성 영화들은 말할 것도 없다. 대작들의 흥행기세에 눌려 장기상영은커녕 고작 몇 십 개 수준의 스크린 수를 유지하기도 버거웠다.

관객들의 수요가 대작에 몰려 어쩔 수 없는 것이기도 하지만 대형 배급사들의 스크린 독과점에 따른 폐해인 것도 분명하다.

‘미라클 벨리에(La Famille Belier)’의 선전이 돋보이는 이유다. 이 영화는 8월27일 개봉해 9월18일 현재 36개에 불과하지만 여전히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9월11일부터 18일까지 영화통합전산망 다양성 영화집계 순위 1위에 올라 있으며 9월18일까지 누적 관객 11만 명을 넘어섰다. 그야말로 대작들의 격돌 속에 선전을 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 흥행을 가늠하는 잣대인 매출액, 누적 관객 수, 예매율, 스크린 수 등 어느 것으로 따져봐도 미라클 벨리에의 성적은 보잘 것 없다.

하지만 극도의 특정영화 ‘쏠림 현상’이 두드러진 국내 극장가의 현실을 고려하면 이 영화의 소리 소문 없는 흥행은 ‘미라클(기적)’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미라클 벨리에는 에릭 라티고 감독의 프랑스 영화다. 국내에서 개봉한 다양성 영화 가운데 그나마 선방한 경우는 음악영화가 많았다. ‘비긴 어게인’이나 ‘위플래쉬’가 그랬다.

미라클 벨리에 역시 음악영화의 범주에 넣어도 무방하다. 하지만 이 영화는 음악영화인 동시에 10대 소녀의 성장(혹은 성숙)을 다뤄 드라마적 요소도 강한 편이다. 스케일이 크지도, 대사가 독하지도, 전개가 빠르지도 않다.

주인공 폴라 벨리에는 프랑스 파리 교외의 한 작은 마을에 사는 평범한 소녀다. 학교를 가기 위해 통학버스를 타는 곳까지 한참이나 자전거를 타고 가야 한다. 여느 평범한 10대 소녀들과 마찬가지로 헤드폰을 귀에서 떼지 않고 음악을 듣는다.

하지만 그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결코 평범할 리 없다. 아버지와 어머니, 남동생까지 그의 가족 모두가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폴라는 가족들 가운데 유일하게 들을 수 있고 말할 수 있어 가족에게 없어서는 안될 존재다.

이 영화는 폴라가 학교 합창단에 들어가 우연히 천부적인 음악적 재능을 발견하고 파리에서 열리는 오디션에 도전하기까지 과정을 그린다.

이 과정에서 모두의 인생에서 처음이었던 서툰 경험들이 에피소드로 제시된다. 첫 생리, 첫 키스, 가족을 떠나 홀로서기 등과 같은 것이다.

누구나 한번쯤 겪는 성장통이지만 이 소녀에게 이 모든 과정은 ‘미라클’이다. 가령 가족을 떠나 도시로 떠나는 일도 폴라에게는 아주 특별한 일일 수밖에 없다. 폴라가 남겨진 가족에게 세상과 소통을 이어주는 유일한 끈이기 때문이다.

  '미라클 벨리에' 선전, 소리를 지운 음악영화의 감동  
▲ 에릭 라티고 감독.
청각 장애인 가족을 둔 소녀의 이야기라는 것만으로 이 영화를 억지 눈물을 짜내는 신파 쯤으로 생각하면 이는 오산이다.

라티고 감독은 담담하고 수채화 같은 화면으로 프랑스 시골마을의 풍경과 소박한 일상,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을 따뜻하고 유머러스한 시선으로 담아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몇몇 압도적인 장면은 감수성 무딘 관객이라도 눈물을 흘리게 만들 법하다.

폴라가 학교 공연에서 한 남학생과 듀엣곡을 부르는 장면, 공연을 마친 뒤 한밤중 소리를 듣지 못하는 아버지를 위해 노래를 부르는 장면, 마지막 파리의 라디오방송국에서 치르는 오디션 장면 등이다.

무대 위에서 딸은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아버지와 어머니, 남동생도 여느 학부모들과 함께 참석해 무대에 선 딸의 모습을 본다.

감독은 이 장면에서 폴라가 노래를 한 소절도 마치기 전에 모든 소리를 화면에서 ‘지운다.’ 관객은 일순간 소리를 듣지 못하는 폴라의 가족이 된다. 입모양만 벙긋거리는 폴라를 바라볼 뿐이다.

그런데도 침묵 속에서 소리를 듣게 만든다. 정확히 말하면 귀가 아닌 머리로, 소리를 상상하게 만드는 것이다.

영화는 흔히 종합예술로 일컬어지지만 스토리와 영상을 제외하고 가장 중요한 요소는 소리다.

소리를 지운 음악영화라니! 미라클 벨리에의 선전이 우연인 것만은 아닌 이유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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