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이 직접 챙기고 있는 미국시장에서 현대기아차 판매량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 향후 신차출시가 연이어 예정돼 있어 현대기아차의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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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
현대기아차는 2일 미국시장에서 4월 미국 판매량이 호조를 보여 11만9783대를 팔았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년동월 대비 8% 증가한 것이다. 현대차는 4.4% 늘어난 6만6107 대를, 기아차는 12.9% 증가한 5만3676 대를 각각 팔았다.
현대차는 쏘나타 하이브리드와 액센트, 싼타페의 판매량이 증가한 덕분에 2월과 3월 두 달 동안 계속된 판매감소세에서 벗어났다. 쏘나타 하이브리드 판매량(2495 대)은 전년동월 대비 27.5% 늘어나면서 월간 역대 최다판매량을 기록했다. 액센트와 싼타페도 판매량이 각각 35.7%, 29.6% 증가했다.
기아차 판매량이 대폭 증가한 것은 쏘울을 필두로 신차판매가 호조를 보인 덕분이다. 신형쏘울은 전년동월 대비 27.3% 늘어난 1만4403 대가 팔리면서 월간 역대 최다판매량을 갈아치웠다. K5, K9, 쏘렌토도 각각 1만4589대, 260대, 8539대씩 팔리면서 전년동월보다 판매량이 증가했다.
현대기아차는 미국 전체 자동차판매 증가율(8.0%)과 동일한 성장률을 보이면서 미국시장점유율을 8.6%까지 끌어올렸다. 10개월 만에 닛산을 제치고 점유율6위에 오른 것이다.
미국시장 빅5 완성차기업의 경우 희비가 엇갈렸다. GM과 도요타의 판매량(25만4076 대, 19만9660 대)은 전년동월 대비 각각 7%, 13.3%씩 증가해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크라이슬러(17만8652 대)는 14% 증가했지만 시장 전망치를 밑돌았다. 혼다(13만2456 대)는 1% 증가하는데 그쳤으며 포드는 빅5 완성차기업 중 유일하게 1% 감소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신형 제네시스는 4월 말부터 각 딜러에 공급되고 있어서 4월 판매실적에 제대로 포함되지 않았다”며 “신형 제네시스 판매가 본격 시작되는 5월부터 신차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최근 신형 제네시스를 출시한 데 이어 6월 신형 쏘나타 출시를 앞두고 있다. 또 기아차도 2분기 이후 신형 카니발과 신형 쏘렌토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신차출시에 힘입어 미국시장에서 실적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기아차 실적이 미국시장에서 활개를 편 것은 정의선 부회장의 미국시장 챙기기가 가시적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정 부회장은 지난달 16일 뉴욕국제오토쇼에 참석하기 위해 예고없이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뉴욕국제오토쇼는 다른 모터쇼에 비해 규모가 작지만 현대차는 이 자리에서 신형 쏘나타를 공개했다. 이 뿐 아니라 기아차의 신형 카니발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모두 미국시장에서 출시를 앞두고 판매확대를 이끌어 줄 것으로 기대되는 모델들이다.
정 부회장은 피터 슈라이어 현대기아차 디자인총괄 사장과 뉴욕국제오토쇼에 참석했다. 데이비드 주코브스키 현대차 미국법인장은 정 부회장이 모터쇼에 참석한 것에 대해 “정 부회장은 현대차 미국법인을 가장 열정적으로 지원해주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지난 2월에도 “공장 간다”는 짧은 말만 남기고 미국출장 길에 오른 적이 있다. 그는 미국에 도착해 현대차 북미공장과 캘리포니아법인 등을 방문했다. 정몽구 회장이 전담하던 현지 현장점검 업무를 넘겨받아 직접 관할하게 된 것이다.
정 부회장이 올 들어 부쩍 미국시장을 챙기는 것에 비해 정 회장은 유럽에 이어 중국 출장길에 오르면서 부자간 역할분담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 회장은 안정기에 접어든 북미시장을 정 부회장이 전담하게 했듯이 유럽과 중국시장에서도 현대기아차가 자리를 잡게 될 때 정 부회장에게 다른 지역에 대한 관할권도 넘겨 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