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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증인선서 도중 기침하고 있다. <뉴시스> |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 딱 그대로였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7일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10대그룹 총수 가운데 국감장 증인으로 출석한 경우는 신 회장이 처음이었다.
신 회장 국감은 올해 국감의 하이라이트로 꼽혔다. 그러나 결과는 전혀 달랐다. 국감은 내내 맥빠진 채 진행됐다.
신 회장은 의원들의 질타에 진땀을 흘리면서도 공손한 태도를 유지하며 차분하게 답변했다. 그러나 의원들의 질문은 무뎠고 시간이 흐르면서 신 회장은 파안대소를 하는 등 여유를 되찾았다.
롯데그룹은 신 회장 국감 출석을 앞두고 의원들을 상대로 맹렬하게 로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이날 오후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국감장에 모습을 나타냈다.
신 회장은 예정시간보다 5분가량 일찍 도착해 착석했으며 어두운 색 정장 차림을 하고 가슴에 롯데그룹 배지를 달았다.
신 회장은 의원들의 질의에 앞서 책상 앞에 A4용지와 펜 하나를 꺼내놓고 옆 자리에 앉은 황각규 롯데그룹 사장과 이야기를 나눴다.
신 회장은 다른 증인들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함께 증인선서를 한 뒤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강기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증인으로 출석한 소감을 묻자 신 회장은 “많은 지적을 받은 만큼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성실히 이행하겠다”며 “이번 국정감사 출석은 경종을 울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겠으나 위기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여야 의원들은 신 회장에게 롯데그룹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을 따져 물었다. 또 순환출자 해소와 호텔롯데 상장, 광윤사 등 베일에 싸인 지배구조 등을 파고들었다.
의원들은 롯데그룹의 일본기업 논란과 관련해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신 회장을 몰아세웠다.
신 회장은 일부 의원들의 호통에도 “의원님이 지적하신 부분에 대해 개선하겠습니다”, “말씀하신 부분 명심하겠습니다”, “끝까지 노력하고 약속드리겠습니다” 등 공손한 태도로 일관했다.
신 회장은 국감이 시작되자 의원들의 질의에 최대한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일본어 발음이 섞인 한국어였지만 중요한 문제나 사실과 다른 내용에 대해서 공손하지만 단호한 어조를 답변했다.
신 회장은 의원들의 질의 중간에 웃음을 띄기도 하는 등 시간이 흐르면서 여유를 되찾았다.
신 회장은 2시부터 시작된 뒤 3시간 가까이 국감장 증인으로 꼬박 자리를 지켜야 했다. 그 뒤 약 20분에 걸쳐 휴식시간을 가진 뒤 다시 의원들의 질의를 받았다.
'신동빈의 오른팔'로 불리는 황각규 롯데그룹 사장은 신 회장의 옆을 지키며 원활한 답변을 도왔다.
신 회장의 국감 증인 출석에 앞서 롯데그룹은 잔뜩 긴장했다.
특히 이날 국감 현장이 TV로 생중계되는 만큼 한국어에 능통하지 못한 신 회장이 의원들의 속사포같은 질의에 잘 대답할 수 있을지 임직원들의 걱정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감장 주변에 롯데그룹 홍보실 직원 등 다수 임직원들이 대기했다.
롯데그룹은 국감을 앞두고 여야 의원들을 상대로 신 회장에게 질의 강도를 낮춰줄 것을 부탁하는 로비를 벌였다.
롯데그룹이 이렇게 준비에 준비를 거듭한데 반해 의원들은 신 회장을 상대로 채 준비되지 않은 질문을 쏟아냈다. 핵심에서 벗어난 질문과 막말성 발언을 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일부 의원들은 신격호 총괄회장과 동향이라는 점을 들어 친분을 강조하는가 하면 '우리 롯데'라는 표현을 써가며 신 회장의 대변인을 자처하는 듯한 발언으로 시간을 끌기도 했다.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은 또 다른 증인으로 출석한 네이버 윤영찬 이사를 상대로 독점문제와 뉴스 편향성에 대해 따져묻다 신 회장을 향해 “롯데그룹도 롯데 초코파이만 매장 앞쪽에 진열하지 않죠”라고 어이없는 질문을 던져 실소를 자아냈다.
김 의원의 돌발질문에 신 회장이 “그렇다”고 대답하며 멋쩍은 표정을 지은 것은 이날 국감장의 분위기를 대표하는 모습이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