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정치권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황 대표의 종로 당선과 총선 승리를 낙관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통합당 안에서 돌면서 황 대표를 향한 당 내부 반발이 가시화되고 있다.
통합 이전 새로운보수당을 사실상 이끌었던 유승민 의원은 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황 대표를 겨냥해 “문재인 정권의 포퓰리즘을 비난해 왔던 우리 당의 대표가 4월5일 ‘전 국민에게 50만 원씩 주자’고 나왔다”며 “건전보수정당을 자임하는 미래통합당이 악성 포퓰리즘에 부화뇌동하다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서울 영등포갑에 출마한 문병호 후보는 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총선 뒤 당대표에 도전해 미래통합당을 모든 세대, 모든 계층이 사랑하는 정당으로 혁신할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당대표 도전을 선언하기도 했다.
문 후보는 과거 바른미래당에서 '안철수 계'로 분류됐는데 6일 서울 영등포구 통합당 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회의에서 '유승민 계'로 꼽히는 지상욱 의원과 함께 선거기간에 김종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 중심으로 당이 움직여야 한다며 황 대표를 향해 날을 세웠다.
언론을 통해 공개된 모든 여론 조사에서 황 대표는 맞상대인 민주당 이낙연 후보에 지지도가 오차 범위 이상으로 밀리고 있다. 민주당과 통합당이 내놓은 자체 분석은 논외로 하더라도 선거 판세의 무게 중심이 민주당으로 점차 쏠리고 있다는 시선이 많다.
황 대표도 위기임을 인식한 듯 10일 종로구 마로니에 공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종로 선거는 단순히 한 석의 지역구 의원을 뽑는 선거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국운을 가르는 선거이고, 작게는 제 정치적 명운이 달려 있기도 하다”며 “저 황교안이 종로에서 당선돼야만 대한민국의 추락을 막을 수 있다. 대한민국을 살려달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황 대표는 잠시 신발을 벗고 맨땅에서 큰 절을 하기도 했다.
황 대표는 본인이 종로에서 패배하든 과거 공언한 대로 통합당이 과반을 차지하지 못하든 총선 이후 당대표에서 사퇴하라는 당내 압박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새 국회가 구성되는 시기인 만큼 현역의원에 당대표를 맡겨 원내에 힘을 싣는 것이 일반적 정치관행인 데다 황 대표 스스로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통합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한다면 책임을 지겠다는 발언을 해왔다.
그러나 황 대표는 1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종로에서 패배하면 당대표를 내려놓을 것인지 묻는 질문에 “이루어지지 않을 가정을 전제로 한 질문”이라고 즉답을 내놓지 않았다.
황 대표가 공천이 대부분 끝난 3월 말에야 김종인 위원장을 영입한 점을 놓고 당권을 당내 반대세력에 넘기지 않기 위한 포석이라는 말도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한 차례 공천 지분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한 김 위원장이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을 수락한 것을 놓고 황 대표와 당권과 관련한 사전 의견 교환이 있었을 것이라는 시선이 있다.
다만 총선 이후 김 위원장이 당 대표가 나서도 황 대표의 의도대로 상황이 흘러갈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카리스마가 대단한 김 위원장이 순순히 황 대표를 돕는 역할에만 만족할 지는 의문”이라며 “김 위원장은 이미 두 차례 한나라당과 더불어민주당에서 당내 갈등을 일으켜 탈당한 전력이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