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우리금융지주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직원들이 9일부터 서울시 중구 우리금융지주 본점에서 내부등급법 승인을 위한 현장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금감원은 9일부터 10일까지 이틀 동안 1차 현장점검을 한 뒤 본점검을 거쳐 우리금융지주의 내부등급법 승인을 최종 결정한다.
이 절차에 걸리는 시간은 한 달가량으로 늦어도 상반기 안에는 금감원이 우리금융지주의 내부등급법 적용을 승인할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내부등급법은 금융회사가 자체적으로 추정한 리스크 측정요소를 활용해 위험가중자산을 산출하는 방식이다.
우리금융지주처럼 우량한 회사라면 금융회사 전체 평균을 활용해 위험가중자산을 산출하는 표준등급법보다 내부등급법을 적용하는 것이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높아진다.
금감원은 코로나19 금융지원에서 우리금융지주가 차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감안해 내부등급법 승인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지주는 5대 금융지주와 함께 지주사별로 채권안정펀드와 증시안정펀드에 각각 1조 원씩을 지원하기로 정부와 합의하는 등 코로나19 금융지원에 핵심적 역할을 맡고 있다.
우리금융지주가 국내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향후 코로나19 금융지원 규모를 추가적으로 확대해야 할 수도 있다. 정부로서는 우리금융지주 자본운용에 숨통을 틔워줘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판단했을 수 있는 셈이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표준등급법을 적용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11.89%를 나타내 시스템적 중요은행(D-SIB) 규제기준인 11.5%에 근접했다.
채권안정펀드와 증시안정펀드는 투자자금의 일부를 집행한 뒤 수요에 따라 추가적으로 투자자금을 조성하는 ‘캐피탈콜’ 방식으로 운영되기는 한다.
하지만 우리금융지주가 내부등급법 승인 없이 장기적으로 2조 원이 넘어서는 지원금을 조성해야 한다면 부담이 클 수 있다는 시선이 많았다.
내부등급법이 승인된다면 손 회장은 금감원과 불편한 관계에 놓이면서 발생할 수 있었던 위험요인 하나가 사라지는 셈이 된다.
손 회장이 금감원의 파생결합펀드 관련 징계에 행정소송으로 맞서면서 금감원이 권한을 쥐고 있는 내부등급법 승인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시선이 많았다.
손 회장은 내부등급법이 승인되면 자본운용의 폭이 크게 넓어지며 대형 금융회사를 인수해 비은행부문을 단번에 강화할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우리은행 본점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6월 우리은행과 우리금융지주의 자기자본비율 차이를 살펴보면 내부등급법 승인에 따른 상승폭을 대략 추정해 볼 수 있다”며 “지난해 6월 우리은행은 내부등급법을 적용해 14.56%, 우리금융지주는 표준등급법을 적용해 11.08%의 자기자본비율을 보인 점을 감안하면 3% 포인트 이상 자본비율이 높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은 우리카드와 우리종합금융이 우리은행 자회사에서 우리금융지주의 자회사로 편입되기 직전으로 재무적 관점에서 사실상 ‘우리금융지주=우리은행’이라고 볼 수 있는 시점이다.
우리금융지주의 자기자본비율이 3%포인트 높아지면 대략 5조 원 이상 자본 활용폭이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내부등급법 승인을 받더라도 코로나19 금융지원에 관한 정부의 기대가 담긴 것인 만큼 손 회장은 이에 걸맞는 방안을 내놓는 데 힘을 쏟아야할 수 있다.
손 회장은 그동안 신용보증재단과 협력을 통한 대출지원 등을 통해 중소기업, 소상공인 금융지원에 집중해왔는데 내부등급법 승인으로 이를 지속하고 새로운 지원 방안들도 내놓을 필요성이 커진 것이기 때문이다.
손 회장은 3월25일 지주사 회장 연임이 결정되자마자 개최한 자회사 최고경영자들과 화상회의에서 “기업금융에 강점이 있는 우리금융지주가 코로나19 피해기업 살리기에 앞장서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내부등급법 승인과 관련해 4월 말까지 금감원 점검이 진행될 것”이라며 “승인 여부는 향후 점검 결과에 따라 결정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