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제만 신풍제약 대표이사가 코로나19 억제효과를 나타낸 말라리아 신약 ‘피라맥스’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들어갔다.
다만 신풍제약보다 앞서 다국적 제약사 길리어드가 에볼라 치료제 ‘렘데시비르’를 코로나19 치료제로 상용화할 가능성이 높아 피라맥스로 성과를 내기 위해 월등한 치료효능을 입증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7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신풍제약이 피라맥스로 코로나19 치료제 가능성을 확인하면서 시장의 관심이 몰리고 있다.
피라맥스는 신풍제약이 2011년 805억 원을 투자해 개발한 열대열과 삼일열 말라리아를 동시에 치료할 수 있는 복합제로 국산 16호 신약이다.
피라맥스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치료 효능을 보였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신풍제약 주가는 2거래일 연속으로 상한가를 내며 7일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돼 주식거래가 정지되기도 했다.
유 대표는 최근 시험관내 시험에서 코로나 19 치료제로 권고되고 있는 말라리아 치료제 ‘클로로퀸’보다 우수한 효과를 보인 것을 확인했다.
클로로퀸은 미국 식품의약국으로부터 코로나19 치료제로 정식 승인을 받지는 않았지만 현재 의료현장에서 코로나19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신풍제약은 시험관내 시험을 계속 진행하고 있는데 실험결과를 종합한 뒤 추가적으로 다음 단계의 임상에 들어갈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 대표는 3월27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피라맥스의 코로나19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며 “의학적 데이터가 나올 때까지 신중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신풍제약이 임상 승인을 얻어 본격적으로 치료제 개발에 들어가더라도 코로나19 치료제를 경쟁업체보다 빨리 개발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피라맥스와 같이 기존 치료제를 활용해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되고 있는 경쟁약물의 임상결과가 신풍제약보다 먼저 나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피라맥스는 아직 시험관내 실험에 머물러 있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어떠한 원리로 사멸하는지를 확인하는 동물실험과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경쟁약물 가운데 가장 빠른 단계에 있는 치료제는 길리어드의 렘데시비르로 벌써 글로벌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다.
길리어드 최고경영자가 3월28일 렘데시비르의 초기 임상결과를 몇 주 안에 발표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시장에서는 1주에서 2주 안에 임상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한다.
게다가 길리어드는 미국에서 코로나19 감염 중증환자 치료에 렘데시비르를 무상공급하고 있으며 임상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올 것에 대비해 생산시설도 늘리고 있다.
렘데시비르 이외에도 다국적 제약사 리제네론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케브라자’로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고 다국적제약사 로슈도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악템라’로 임상2상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피라맥스가 추가 임상에서 렘데시비르를 포함한 다른 약물들과 비교해 월등한 코로나19 치료효능을 입증한다면 후발주자로의 한계를 극복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피라맥스의 효능을 높게 평가해 신풍제약과 별도로 연구를 진행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는 점은 피라맥스가 코로나19 치료제로 성공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미국 약리학자 션 애킨즈 박사는 피라맥스가 코로나19 치료제로 사용되는 다른 약물보다 부작용이 적으면서도 동등한 치료 효과를 낼 것으로 보고 독자적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션 애킨즈 박사는 미국 제약사 콜라보레이션파마슈티컬의 대표로 빌게이츠 재단의 지원을 받아 제약업계의 신약 후보물질을 분석하는 업무를 맡아온 신약 재창출 분야의 전문가다.
신풍제약 관계자는 “션 애킨즈 박사가 독자적으로 미국에서 피라맥스의 세포시험을 진행하고 있다”며 “신풍제약은 이와 별도로 시험관내 실험이 끝나는 대로 추가 임상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승리 기자]